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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한마디에 스텝꼬인 전경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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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창수 전경련 회장(가운데)이 2013년 2월 서울 세종로 플라자호텔에서 개최된 '제52회 전경련 정기총회'에서 34대 회장으로 재선임된 후 축하를 받고 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가운데)이 2013년 2월 서울 세종로 플라자호텔에서 개최된 '제52회 전경련 정기총회'에서 34대 회장으로 재선임된 후 축하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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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의 '몸통'을 자처하던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스텝이 꼬이고 말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20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9분여간 미르ㆍK스포츠재단의 설립 배경과 취지를 강조하면서다. 이는 두 재단에 문제가 있으니 통합 재단을 만들어 쇄신하겠다는 전경련의 해명과 배치된다. 기업들의 자금 모금 경위에 대해서도 '문제될 게 없다'는 박 대통령과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는 전경련의 입장이 어긋나 있다. 이 같은 상황은 두 재단의 기획과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전경련이 고해성사를 하고 있는 마당에 박 대통령이 '사면'을 해 주는 비정상적인 모습으로 비치고 있다. 결국 전경련은 대통령 발언 이후 "신규 통합재단 설립을 서두르지 않겠다"고 21일 밝혔다.

전날 수석비서관 회의를 복기하면 박 대통령은 상당 시간을 미르ㆍK스포츠재단을 옹호하는 데 할애했다. 박 대통령은 "(두 재단은) 문화ㆍ체육 분야를 지원해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수익 창출을 확대하고자 기업들이 뜻을 모아 만들게 된 것"이라며 "코리아 프리미엄을 전 세계에 퍼뜨리는 성과를 거뒀고, 외교ㆍ경제적 측면에서 상당한 시너지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는 논란이 불거진 이후 전경련이 취한 태도와 결이 다르다. 전경련은 지난달 30일 "최근 두 재단의 운영 상황을 자체 진단한 결과, 문화ㆍ체육 사업 간에 공통 부분이 많고 조직구조, 경상비용 등의 측면에서 분리운영에 따른 각종 비효율성이 나타나고 있다고 판단했다"며 "기존 재단을 해산하고 문화와 체육을 아우르는 새로운 통합재단을 설립기로 했다"고 밝혔다. 재단 설립을 주도한 전경련이 스스로 기능 문제를 들어 통합재단 설립 의사를 밝혔지만 대통령이 이를 뒤집고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조한 꼴이 된 것이다.
기업들의 자금 지원에 대해서도 박 대통령의 인식과 전경련의 해명은 엇박자를 내고 있다. 박 대통령은 "기업들이 뜻을 모아 만들게 된 것"이라며 '자발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지난 1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의 산업부 국정감사에서 조배숙 국민의당 의원이 증인으로 출석한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에게 "재단에 돈을 자발적으로 안 냈다는 것 아니냐. 누가 지시한 거냐"고 묻자, 이 부회장은 "기업들 뜻을 모아서 했는데, 일부 기업은 좀 그렇게(지시가 있었다고) 느꼈을 부분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자금 모금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외부 압력' 가능성을 사실상 시인한 것이다.

결국 박 대통령이 해명에 나서면서 두 재단에 대한 전경련의 주체적 지위는 더욱 모호해졌다. 전경련은 지난달 재단 문제가 불거지자 "조속히 새로운 통합 재단을 설립하겠다"고 밝혔지만, 박 대통령 발언 직후 "신규 통합재단 설립을 서두르지 않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하지만 두 재단이 존속할지, 통합될지는 검찰 수사에 따라 언제든지 바뀔 수밖에 없다.

이 와중에 전경련 회장을 맡고 있는 허창수 GS그룹 회장에 대해서도 일부 비판적인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허 회장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나중에 해명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만 밝혔을 뿐 여전히 거리를 두고 있다. 국회에서 논란이 확산되던 지난주에는 해외로 나가 GS그룹 사장단 회의를 주재했고, 지난 19일엔 그룹 임원들을 불러 모아 4분기 임원 회의를 진행했다. 재계 관계자는 "재계에선 이번 의혹 규명에 '허 회장은 보이지 않는다'는 불만이 가득하다"며 "전경련 회장 자리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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