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은 22일 오후 3시 조의연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및 증거인멸 혐의 등을 받는 김모 전 롯데케미칼 재무회계부문장(54)에 대한 구속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다. 김씨의 구속여부는 검찰이 제출한 수사기록과 김씨에 대한 심문 결과 등을 토대로 이날 밤 늦게 가려질 전망이다.
검찰은 김씨가 재직 중 확보해 보관해 오던 핵심 자료를 파기하고, 롯데케미칼이 계열사간 내부거래 등을 통해 거액의 세금을 탈루하는 데 관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그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다 긴급 체포한 뒤 전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탈세는 횡령ㆍ배임의 이면과도 같다.
신동빈 회장은 1990년 호남석유화학 상무로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그룹 컨트롤타워격인 정책본부에서 운영실장을 맡고 있는 대표적인 가신그룹 일원인 황각규 사장과 연을 맺은 곳 역시 롯데케미칼이다. 지난해 삼성SDI 케미칼 사업부문(롯데첨단소재) 등 삼성그룹과의 3조원대 빅딜을 성사시키며 신 회장이 그룹 성장 동력으로 일궈 온 화학부문의 핵심 계열사다.
국내 계열사 간 내부거래 과정에서 정산방식 변경 등을 통한 부정 회계처리 의혹 등도 제기되고 있다. 롯데케미칼의 국내 계열사를 상대로 한 내부 매출은 케이피케미칼 흡수 이듬해인 2013년 9596억원 규모로 최근 5년 들어 가장 많았다. 케이피케미칼은 롯데엠알시(작년 기준 52%) 다음으로 롯데케미칼과 내부거래가 왕성한 계열사였다.
검찰이 김씨를 상대로 증거인멸 배후를 추궁하는 과정에서 그룹 정책본부와 연루된 정황이 드러날 경우 수사가 급물살을 탈 수도 있다. 검찰은 지난 10일과 14일 롯데그룹에 대한 1ㆍ2차 압수수색 과정에서 조직적인 증거은폐ㆍ인멸 정황을 포착했다. 주요 임원 사무실의 서랍ㆍ금고가 텅 빈 채 발견되는가 하면, 자료삭제 전문프로그램을 동원해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 전산자료를 파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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