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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만리]DMZ트레인,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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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량짜리 평화열차타고 떠나는 철원 안보여행

DMZ트레인 평화열차가 우리나라 최북단역인 백마고지역에 도착하고 있다

DMZ트레인 평화열차가 우리나라 최북단역인 백마고지역에 도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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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객들이 서울역에서 DMZ트레인에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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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실의 풍경도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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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원 안보관광길에 나선 여행객들이 옛 금강산 가는 옛 철길을 걸어보고 있다

철원 안보관광길에 나선 여행객들이 옛 금강산 가는 옛 철길을 걸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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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마는 달리고 싶다로 유명한 월정리역에 있는 녹슨기차

철마는 달리고 싶다로 유명한 월정리역에 있는 녹슨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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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용준 여행전문기자]잠을 설쳤다. 기차를 탄다는 설레임이 밀려와서다. 기차를 처음 타는 아이처럼 눈이 말똥말똥한 밤이었다. 특유의 디젤차 엔진음이 느껴지는 3량짜리 특별한 열차이기에 그럴만도 하다. 기차는 낭만이 있다. 현실에서 멀어진다는 짜릿함, 잠시나마 나를 새로운 곳으로 데려다 준다는 설레임. 기차에 몸을 싣는 것은 이처럼 조금 호들갑을 떨어도 되는 일이다.

이른 아침 서울역에서 강원도 철원 백마고지행 DMZ트레인 평화열차 승차권을 구입했다.
DMZ트레인은 두 가지 노선이 있다. 서울역~도라산역을 잇는 경의선과 지난 8월 서울역~백마고지역간 97.6km를 연결하는 경원선이 그것이다.

열차의 1호차 평화실은 '철마는 달리고 싶다'의 증기기관차를 모티브로 장식됐다. 2호차 화합실은 남과 북의 화합을, 3호차는 평화와 사랑을 담았다.

서울역 경원선 플랫폼은 DMZ트레인을 타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KTX 등 기존 열차와 사뭇 다른 DMZ트레인의 모습에 여행객의 카메라 셔터가 멈추질 않는다.
열차에 오르는 젊은 여행객들의 모습에 깜짝 놀랬다. 북녘땅 고향을 그리워하는 노년의 어르신들이 많을 거라는 생각이 한 순간에 빗나갔다. 가족, 연인, 외국인 등 하나같이 열차를 타고 우리나라 최북단역으로 간다는 기대감으로 가득하다.

백마고지역을 출발하는 DMZ트레인

백마고지역을 출발하는 DMZ트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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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아앙~ 덜컹~덜컹, 긴 울림을 토해낸 평화열차가 백마고지역을 향해 육중한 몸을 움직인다.

빠른 속도에 익숙한 세대에겐 낯선 울렁임과 엔진소리지만 칙칙폭폭 디젤기차의 추억을 가진 이들에겐 낭만만이 가득한 떨림이다.

3량짜리 객실을 한 바퀴 돌아본다. 알록달록한 시트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전망석과 달리는 열차 앞뒤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영상모니터도 있고 창문도 큼직하다. 창가에 한 방울씩 떨어지는 빗방울이 운치를 더한다.

카페 겸 매점도 앙증맞다. DJ를 맡은 승무원이 사연과 함께 추천곡을 받아 들려주는 뮤직박스도 있다. 추억을 간직하고 남길 수 있도록 기념 스탬프와 엽서도 준비되어 있다.

청량리역을 지나자 철원 '안보관광투어' 안내가 나온다. 민통선(민간인출입통제구역)내의 금강산철길, 멸공OP, 월정리역 등을 돌아본다. 멸공OP코스는 철원 안보관광코스 중에서도 DMZ트레인 상품에만 포함된다.

승무원들이 객실을 돌며 여행객들에게 사진을 찍어준다. 다양한 표정으로 추억을 남기는 여행객들의 얼굴엔 웃음꽃이 가득하다.

초성리역을 지나면 곧 38선을 넘는다. 38선을 지난다는 안내방송에 승객들은 일제히 창 밖을 내다보며 감상에 젖는다.

백마고지역을 앞두고 아리랑 선율이 은은하게 울려 퍼진다. 모두들 눈을 감고 노랫가락에 맞쳐 흥얼거린다.

서울을 출발한지 2시간여 만에 백마고지역에 닿았다. 공식적으로 대한민국의 최북단 정거장이다. 이곳부터는 더 이상 기차로 갈 수 없다. 철원 안보관광 버스를 타고 여행에 나서야한다. 매표소에서 티켓을 사서 버스에 올랐다. 노동당사, 멸공OP, 금강산철교, 월정리역, 백마고지기념관을 본다. 일반인이 개인적으로 출입하기는 힘든 남방한계선 인접까지 포함된 진짜 '안보관광'코스다. 문화해설사가 동행하고 민통선 내에서는 군인들이 추가로 안내를 맡는다.

김금자(서울ㆍ67)씨는 "평화의 염원을 담은 DMZ열차를 타고 와서 철원 안보관광을 하게 되다니 통일이 정말 눈 앞에 온 거 같다."며 좋아했다.
철원 노동당사를 둘러보는 여행객들

철원 노동당사를 둘러보는 여행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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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을 출발한 버스는 대이리마을에 들린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문화해설사의 말에 모두들 반긴다.

철원 오대쌀로 지은 밥과 돼지고기볶음, 각종 나물, 국 등이 차려진다. 마을 주민들이 정성스럽게 준비한 점심이다.

"진짜 밥맛이 좋다. 쌀이 좋아서 그런지 밥이 고슬고슬 찰지고 달다."며 여행객들이 칭찬을 늘어놓는다.

식사 후 본격적인 안보관광이 시작됐다. 철원의 대표여행지인 노동당사가 먼저다. 6.25 전에는 북한땅이였고 북한측 강원도청 소재지이기도 했단다. 폐허가 된 콘크리트 건물 뒤로 초겨울을 앞둔 단풍이 처연한 듯 고개를 숙이고 있다.

민통선으로 들어선다. 검문소를 지나 안내를 맡은 군인과 함께 멸공OP로 간다. 남방한계선 철책 바로 앞에 있는 관측소다.

멸공OP는 DMZ트레인 운행에 맞춰 하루 한번 일반인들에게 개방된다. 이 지역은 6.25 전쟁당시 북괴군이 가장 두려워했다는 백골부대가 지키고 있다.

전망대에서 보면 한탄천이 굽이치며 북쪽으로 뻗어있고 그 옆으로 DMZ(비무장지대)이다. 북한 주민들이 살고 있는 '건천리 마을'을 비롯해 영화 '고지전'으로 유명한 '오성산과 저격능선'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사진촬영은 금지라 아쉽게 눈으로만 담아본다.
DMZ트레인 평화열차가 철원 백마고지역을 향해 달리고 있다

DMZ트레인 평화열차가 철원 백마고지역을 향해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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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분단의 현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유적지로 간다. 끊어진 금강산 가는 철길(등록문화재 제112호)이다.

(구)철원역에서 내금강까지 이어지는 전설과 같은 철길. 옛날 철원의 초등학생(당시 소학교)들이 당일치기로 금강산까지 수확여행을 다니기도 한 그 철길이다.

원래는 교각만 남아 있었는데 상부에 보판을 놓아 지금은 걸어볼 수 있다. 철길이 끊어진 맞은편은 그저 무성한 수풀뿐, 적막감마저 감돈다.

교량에서 우측(북쪽)은 남방한계선 철책이라 촬영금지다. 왼쪽 우리지역인 한탄천은 가능하다. 최근 TV예능프로그램인 1박 2일에 소개되기도 했다.

철길을 나와 남방한계선 철책선으로 간다. 철책선을 따라 50여m 나무덱을 걸어본다. 아래로는 한탄천이 유유히 흐른다. 그러나 여긴 긴장감마저 감도는 최전방이다. 어느 것 하나 조심스럽지 않은 게 없다.

버스가 부대를 나와 후방으로 이동한다. "이제 자유입니다. 모두들 숨 쉬세요" 문화해설사의 농담에 버스안은 금방 웃음꽃이 피어난다.
한 어르신이 백마고지역에 붙은 통일기원 메시지들을 바라보고 있다

한 어르신이 백마고지역에 붙은 통일기원 메시지들을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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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원선의 간이역이였던 월정리역을 빼놓을 수 없다. '철마는 달리고 싶다'는 강렬한 팻말과 함께 분단된 민족의 한을 보여주는 곳이다. 폭격을 맞은 객차와 화차의 잔해물도 그대로 남아 있다. 기차는 다니지 않지만 남방한계선과 마주한 진정한 '대한민국 최북단역'이다

희망적인 소식도 있다. 2017년 새로운 월정리역이 만들어진다. 백마고지역에서 월정리역까지 이어지는 9.3㎞의 짧은 구간이지만 남북을 연결하는 거대한 여정의 시작이다.

현재 남북 합쳐 25.3㎞가 끊겨진 상태다. 이 구간만 연결되면 열차를 타고 금강산은 물론 시베리아횡단철도와 유럽까지 갈 수 있다. 우리의 철길이 유라시아철도와 이어져 그야말로 '꿈의 실크로드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분단의 상징인 월정리역이 서울발 원산행 기차들이 쉬었다 가는 중심역이 되는 날이 오길 바래본다.
백마고지 기념관 가는길 양옆으로 자작나무가 아름답게 도열해 있다

백마고지 기념관 가는길 양옆으로 자작나무가 아름답게 도열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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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관광의 대미는 유명한 백마고지전투 기념관이다. 입구 양옆으로 심어진 자작나무가 눈길을 잡는다. 흰수피를 드러내고 있는 모습이 처연하면서도 아름답다.

군인이 백마고지전투에 대해 우렁찬 목소리로 설명한다. '고지전' 영화에서 펼쳐지던 것보다 훨씬 더 참혹했을 실제 전투상황이 그려지는 것 같다. 백마고지전투 이야기를 들으며 전망대에 서면 가깝고도 아득한 북녁땅이 바로 앞이다.

안보관광이 끝나고 다시 백마고지역에 섰다. 오후 4시 06분. DMZ트레인이 북녘땅을 뒤로 하고 기적소리를 울린다. 하루 종일 무겁게 내려앉아 있던 구름을 뚫고 밝은 햇살이 길게 쏟아진다.

철원=글 사진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jun21@asiae.co.kr

◇여행메모
△가는길=
경원선 DMZ 트레인은 서울역에서 철원 백마고지역까지 매일 1회 왕복 운행(오전 9시27분 서울역 출발). 매주 화요일은 운행하지 않는다. 서울역에서 출발해 청량리~의정부~동두천~한탄강~연천~신탄리역을 거친다. 성인 편도기준 요금은 주말 1만 2800원, 주중 1만 2400원. 철원 안보관광투어는 점심포함 성인 1만8000원이다.
빗방울이 떨어지는 창밖으로 철원 풍경이 지나간다

빗방울이 떨어지는 창밖으로 철원 풍경이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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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거리=철원은 안보관광투어에 포함된 여행지외에도 고석정, 삼부연폭포, 도피안사, 한탄강, 직탕폭포 등 볼거리가 많다. 철원평야가 내려다보이는 소이산 트레킹도 좋다. 개인적으로 민통선 안보관광지를 보려면 신분증을 휴대하고 고석정관광지에 위치한 철의삼각전적지관광사업소에서 출발 10분전까지 신청서를 작성해야 한다. (http://hantan.cwg.go.kr/site/hantan/sub.do?key=1859 )

△먹거리=맛집으로는 철원읍에 있는 우렁골(033-455-8846).이 소문났다. 늦서리태로 만든 두부구이와 되탕, 콩국수 등이 별미다. 갈말읍 문혜리 소재 산채정식 전문점인 대득봉 두릅밥은 다양한 산채와 함께 이색적인 맛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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