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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액션영화 대부, 런던 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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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권택·우위썬의 스승 정창화 감독 영국서 회고전

정창화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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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한국 액션영화의 개척자가 영국 런던에 소개된다. 정창화(86). 1960년대 말부터 아시아의 영화 중심지 홍콩에서 활동한 거장이다. 지난 2일 개막한 런던한국영화제에서 회고전을 마련한다. 13일과 14일 런던 시내 리젠트 스트릿 시네마에서 '다시 보는 고전영화' 섹션을 통해 '노다지(1961)', '사르빈강에 노을이 진다(1965)', '황혼의 검객(1967)' 등 세 편을 상영한다. 정 감독이 1969년 홍콩에 진출하기 전 한국에서 연출한 작품들로 런던한국영화제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는 마크 모리스 캠브리지대학 아시아 중동학 교수가 선별했다.

정 감독은 한국 액션영화의 대부다. 임권택(79)과 우위썬(오우삼ㆍ69)의 스승이자 전설적인 무협 명장 후진취안(호금전)의 친구로 1950~1970년대에 빛나는 작품들을 두루 연출했다. 그 대부분은 만주 웨스턴, 한국 검술영화 등 다양한 하위 장르의 효시다. '노다지', '햇빛 쏟아지는 벌판(1960)', '지평선(1961)', '황혼의 검객' 등이다. 소시민을 주인공으로 한 멜로드라마가 주류를 이루던 한국 영화계에 박진감 넘치는 액션을 불어넣었다.
특히 '노다지'는 액션은 물론 느와르, 멜로 등을 절묘하게 결합한 걸작이다. 금광으로 아버지를 잃은 사나이가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금광을 찾아다니다 뒷골목 조직의 음모에 휘말리는 내용인데, 마지막 금광 신이 백미다. 조직원들과 총격 신이 치밀하고 속도감 있게 구성됐다. 상황 설정이나 전개에 비현실적인 면이 있지만 자유주의 물결이 막 밀려들던 1961년 당시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선사했다.

정 감독의 전성기는 1960년대 후반 영화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홍콩에서 펼쳐졌다. 쇼브라더스 란란쇼 사장의 러브콜로 홍콩을 찾아 하루 세 시간씩 자며 소속 50여명 감독들의 영화를 섭렵했다. 그렇게 얻은 액션 노하우에 이야기와 정서의 세밀한 색칠을 더해 많은 흥행작을 만들었다. '천면마녀(1969)'와 '죽음의 다섯 손가락(1972)'은 각각 홍콩영화로는 처음으로 유럽과 미국에 수출됐다. 특히 후자는 미국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쇼브라더스의 무협영화를 해외에 알렸을 뿐 아니라 아시아영화들의 국제시장 진출을 촉진했다. 사랑, 이별, 배신, 복수 등 전형적 액션코드를 개성 넘치는 캐릭터와 유려한 화면, 잔혹한 액션 등으로 담아 전 세계 관객이 눈을 사로잡았다. 영화에 등장하는 기괴한 음향효과는 쿠엔틴 타란티노(52) 감독의 '킬 빌(2003)'에 오마주(존경적 모방)되기도 했다.

정 감독은 제작에서도 빛나는 성과를 남겼다. 빠른 제작 속도가 대표적이다. 시나리오 옆에 간단한 메모로 남겨지던 콘티뉴어티(장면 연결을 위한 스케치)에 장면 구성은 물론 음악, 효과음 등을 철저하게 남겼다. 스태프들이 영화를 빨리 배우고 현장의 일이 효율적으로 진행되도록 유도해 작품의 완성도까지 높였다. 런던한국영화제를 주최하는 한국문화원은 "정 감독은 세계적으로 알려질 만큼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이라며 "시간이 꽤 흘렀지만 여전히 영국 관객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고 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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