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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뉴스]대안교과서,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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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짜장] (1) '과연 정말로'라는 뜻의 순우리말 (2) 춘장을 볶은 중국풍 소스.
짜장뉴스는 각종 인터넷 이슈의 막전막후를 짜장면처럼 맛있게 비벼 내놓겠습니다. 과연? 정말로?


중ㆍ고등학교 역사와 한국사 국정교과서와 관련해 일부 진보교육감들이 '대안교과서'를 개발하겠다고 하자 교육부가 발끈하며 법적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사 교과서와 유사한 명칭으로 교육과정과 내용이 동일하면 사용이 안 된다는 규정을 들었습니다. 보충교재로 활용할 수 있지만 이 역시 교육기본법의 정치적 중립 규정에 맞는지 검토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사실상 교육청에서 국정교과서의 방향과 다른 대안교과서를 만들면 사용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얘깁니다.
그런데 대안교과서가 논란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08년 기존 역사교과서에 문제가 있다며 뉴라이트 단체인 교과서포럼이 '대안교과서 한국 근ㆍ현대사'를 출간했었습니다. 검인정 고교 한국 근ㆍ현대사 교과서가 좌편향 돼 있으니 이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논리는 지금 국정 역사교과서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정부나 새누리당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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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안교과서의 출판기념회에는 당시 한나라당 국회의원이었던 박근혜 대통령도 참석했습니다. 그는 여기서 "우리 청소년들이 왜곡된 역사 평가를 배우고 있다고 생각하면 정말 전율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 책의 출판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의미가 있고 후일 그 자체로 또 하나의 역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대통령 입장에서 보면 지금 교육감들이 만들겠다는 대안교과서는 마뜩잖지만 과거 뉴라이트가 만든 대안교과서는 극찬한 것입니다.

출판 기념회에서 그는 또 "우리가 더욱 자랑스럽고 새로운 대한민국의 역사를 만들어가는 데 이 책이 큰 토대가 될 것"이라며 "우리 대한민국이 때로는 어렵고 힘들었지만 피와 땀과 눈물로 역사상 유례없는 성취를 이뤄냈다. 그 근현대사에 대해 국민들이 정확히 알고 그것을 통해 국민통합과 결집을 이뤄낼 수 있도록 다 함께 힘을 모았으면 한다"고도 했습니다. 이 말은 교육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면서 공개했던 "외세의 침략과 국난을 극복하고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반만년 역사'를 소개해 미래세대의 자긍심을 고취하겠다"는 밑그림과 일치합니다.
그렇다면 '피와 땀과 눈물로 역사상 유례없는 성취를 이뤄낸' 역사를 기술한 당시 대안교과서에는 어떤 내용이 담겼을까요. 우선 일본을 등에 업은 갑신정변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린 역사학계와 달리 한국 근현대사에서 근대화를 추구했던 선각자들로 적극 평가해야 한다고 썼습니다. 또 대한제국에 대해서는 모든 권한을 군주에 집중시키고 일반 국민의 정치 참여는 금지한 전제국가에 지나지 않는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는 대한제국이 일본 등 외세의 침략에 맞서 자주적 근대화를 추진했다는 학계의 해석과 다릅니다.

식민지시대에 대해서도 "근대 문명을 학습하고 실천함으로써 근대국민국가를 세울 수 있는 사회적 능력이 두텁게 축적되는 시기이기도 했다"고 평가합니다. 이 밖에도 토지조사사업, 임야조사사업 등 조선총독부가 했던 각종 정책도 긍정적으로 기술했습니다. 8월15일은 광복절일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건국절이기도 하다는 점도 부각됐습니다. 뉴라이트의 이 같은 사관은 임시정부와 독립운동의 역사인 광복절을 지우고 친일파의 복권을 기념하는 건국절을 기념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았는데 올해 광복절 축사에서 박 대통령이 "오늘은 광복 70주년이자 건국 67주년을 맞는 역사적인 날"이라고 하면서 다시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이승만이 친일반민족행위자 처벌을 좌절시킨 것에 대해서는 "친일파 청산보다 내부 단결과 반공 태세가 더 급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적극적으로 옹호합니다. 또 이승만이 한국전쟁 중 전시작전 통제권을 미국에 이양한 것에 대해서 기존 역사학은 자주권을 포기한 굴욕으로 평가하지만 이 대안교과서는 "공산주의 세력의 공세로부터 대한민국을 방어"하기 위해 취한 조치라고 썼습니다. 박정희에 대해서도 "그의 권위주의적 통치는 한국사회에 역사적으로 축적돼 온 성장의 잠재력을 최대로 동원하는 역설적 결과를 낳았고 그의 집권기에 한국경제는 고도성장의 이륙을 달성했으며, 사회는 혁명에 가까운 커다란 변화를 겪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정리하자면 이 대안교과서를 관통하는 것은 결국 '친일과 독재에 대한 미화'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는 지금 국정 역사교과서에 보내는 우려의 시선과도 일치합니다.

새누리당은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꼭 필요하다며 우리 아이들이 주체사상을 배우고 있다는 내용의 펼침막을 걸었습니다. 하지만 교육부가 지난달 23일 고시한 2015 개정 교육과정의 고등학교 사회과 교육과정 내 한국사 과목의 '대한민국의 발전과 현대 세계의 변화' 항목을 보면 북한의 변화와 남북 간의 평화통일 내역 부분에서 주체사상과 세습 체제, 천리마 운동, 7·4 남북 공동성명, 이산가족 상봉, 남북한 동시 유엔 가입, 남북 기본 합의서, 6.15 남북 공동 선언, 탈북자 등을 학습요소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여당도 손발이 맞지 않는 모양새입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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