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톈안먼 광장에서 진행된 중국 전승 7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박 대통령은 30개국 지도자들과 함께 90분간 기념행사를 관람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박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자리를 자신의 옆자리에 배치해 최고의 예우를 하고 동시에 3국 간 친밀도를 전 세계에 과시했다.
2일 시 주석이 행사 참석 30개국 지도자 중 유일하게 박 대통령과 별도의 점심을 함께 한 것 역시 같은 맥락에 있다. 미국 동맹국 중 홀로 전승절 행사 참석을 결정한 박 대통령에 대한 배려임과 동시에 미국에게 보여주기 위한 과시성 이벤트일 가능성이 높다.
시 주석은 2일 저녁 개최한 공식 환영만찬에서도 자신의 오른편에 푸틴 대통령 자리를, 그 옆에 박 대통령 자리를 배치했다. 한러 두 나라 정상이 이번 전승절 행사의 최고 귀빈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또 3일 기념행사에 앞서 자금성 남쪽 문 앞에서 있은 단체 기념촬영에서도 시 주석 부부는 자신들의 오른쪽에 푸틴 대통령을, 왼쪽에는 박 대통령을 위치토록 했으며, 기념촬영 후 열병식을 보기 위해 톈안문 성루로 이동하면서도 푸틴 대통령과 박 대통령을 양 옆에 두고 대화를 나눴다.
반면 동북아 패권을 놓고 중국과 대립하고 있는 미국은 한국에게 확실한 입장을 강
요하는 형국이다. 박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밀착을 지렛대로 활용해 북한을 설득하고, 한중일 3국 관계 개선에 있어 중재자 역할을 자임함으로써 양쪽의 구애 혹은 눈흘김을 무마하겠다는 전략을 펴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박 대통령이 2일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한중일 3국 정상회의 연내 개최에 합의한 것은 이번 중국 방문의 최대 외교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3국 정상회의에 비관적이던 시 주석이 생각을 바꾼 것은 박 대통령에 대한 배려 측면이 있어 보이고 일본은 즉각 회의 참석 의사를 표명했다.
박 대통령이 순번에 따라 개최되다 중단된 3국 정상회의 의장으로서 역사ㆍ영토 문제로 반목하고 있는 3국 간 긴장국면을 완화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면, 거대세력 사이에 '끼인 국가'가 아닌 '중재하는 국가'로서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낼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미국의 압박에 의해 한일관계 개선에 적극 나설 수밖에 없는 박 대통령 입장에선 역사인식 문제를 해소하지 않고 있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1대 1 회담을 피하면서도 다자(多者) 회의석상에서 자연스레 대화의 물꼬를 틀 계기도 마련하게 된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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