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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은 왜 나치의 스파이가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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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년 전인 1883년 8월 19일 태어난 가브리엘 샤넬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가 만든 '샤넬'은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로 여성복뿐만 아니라 핸드백, 향수 등의 분야에서도 독보적인 위치를 지키고 있다. 코코 샤넬이라는 그의 별칭도 널리 알려져 있다. 의상실에서 일하며 밤에는 뮤직홀에서 가수로 무대에 섰던 시절 샤넬이 즐겨 부르던 노래가 '코코리코', '코코가 트로카데로에서 누구를 만났기에' 등이었다. '코코'라고 불리게 된 것은 이 때부터였다.

그런데 20세기 프랑스를 대표하는 이 디자이너를 부르는 또 다른 이름이 있었다고 한다. 바로 암호명 웨스트민스터, 요원 번호 F-7124.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 첩보기관 '압베어'에서 부여한 것이다. 이는 코코 샤넬이 독일 나치의 스파이로 일했다는 근거로 제시됐다.
사실 샤넬이 나치에 협력했다는 주장은 꾸준히 제기됐다. 많은 프랑스인들이 조국을 지키기 위해 레지스탕스 활동을 벌일 때 샤넬은 파리를 떠나지 않고 호텔에서 호화로운 생활을 계속했다. 독일군 장교와 사랑에 빠졌다는 얘기도 떠돌았다. 이 때문에 샤넬은 프랑스가 해방된 뒤 배신자로 낙인 찍혀 스위스에서 망명 생활을 해야 했다. 그렇지만 샤넬은 자신의 나치 부역 혐의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샤넬이 나치에 협력한 것을 넘어 스파이로 일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은 사후 40년이 되는 2011년이었다. 미국 언론인 핼 버허건은 당시 출간한 샤넬의 전기 '적과의 동침, 코코 샤넬의 비밀전쟁'에서 1940년 당시 57세였던 샤넬이 독일군 첩보기관 압베어의 요원으로 활동했다고 주장했다.

독일군이 프랑스를 점령했을 때 샤넬은 독일군 장교 한스 귄터 폰 딩크라게와 사랑에 빠졌고 그의 회유로 압베어의 요원이 됐다는 것이다. 폰 딩크라게는 귀족 가문 출신으로 히틀러의 오른팔인 요제프 괴벨스에게 직접 보고를 할 정도로 거물이었다. 폰 딩크라게 덕에 샤넬은 나치 수뇌부가 드나들던 파리의 최고급 호텔 리츠 호텔에 머물며 스페인에서 첩보원 모집 활동을 하는 등 실제로 나치 스파이 노릇을 했다고 한다. 또 독일이 영국에 휴전을 제안하기 위해 비공식적으로 샤넬을 보냈으며 이는 그의 옛 애인인 웨스트민스터 공작과 영국의 윈스터 처칠 수상이 친구였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샤넬이 압베어의 요원이라는 주장은 지난해 프랑스 국영 방송국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당시 국방부 문서를 공개하면서 사실로 확인됐다.
영화 '암살'에서 염석진은 자신의 배신에 대해 "해방일 될 줄 몰랐으니까"라고 말한다. 샤넬은 왜 나치의 스파이가 됐을까. 그도 독일이 패전하지 않을 것으로 믿었을까. 여기에 대해서는 몇 가지 추정들이 있다. 우선 샤넬은 유대인을 혐오했던 극우주의자로 독일에 우호적이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2011년 발간된 전기에 실린 주장처럼 독일군 장교와 사랑에 빠져 자연스럽게 협력하게 됐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두 번째로 샤넬 넘버 5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역사학자인 프랑 페레는 "유대인에게 팔았던 샤넬 넘버 5를 되찾기 위해 나치에 협력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경우 자신의 이익을 위해 조국을 버린 모양새다. 또 한 편에서는 친지를 구명하기 위해서였다는 추정도 있다. 버허건은 샤넬의 전기에 "독일군 수용소에 있는 한 친지의 석방을 위해 스파이 활동을 한 사정이 있을 것"이라고 썼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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