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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기업과 한국정부의 잇단 소송전쟁…IS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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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책과 투자손해 사이 국제기구 저울은 투자자로 기우뚱

한미 FTA 핵심쟁점 떠올라
'투자자의 억울함' 규명이 목적
소송 내용은 철저히 비밀에
외국기업과 한국정부의 잇단 소송전쟁…IS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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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세계적 부호인 만수르 빈 자예드 알 나얀이 회장이 운영하는 국제석유투자회사(IPIC) 자회사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지난 20일(현지시간)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을 전격 제기했다. 2010년 현대중공업에 현대오일뱅크 주식을 팔 때 원천징수당한 세금을 돌려달라는 내용이다.

IPIC의 네덜란드 자회사 하노칼은 1999년 현대오일뱅크 주식 50%를 취득, 2010년 8월 이를 현대중공업에 1조8381억원에 팔았다. 이후 현대중공업은 하노칼에 매매대금을 지급할 때 매매대금의 10%인 1838억원을 원천징수해 국세청에 납부했다. 그러나 하노칼은 “한국과 네덜란드가 체결한 이중과세 회피 협약에 따라 한국에서의 과세가 면제돼야 한다”며 원천징수액을 돌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아직 소송 심리 일자는 잡히지 않은 상태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는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 한국 정부 간의 ISD 심리도 시작됐다. 이번 소송은 5조1000억원이라는 초대형 규모의 소송액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사실상 첫 ISD라는 점에서 국민적인 관심사로 떠올랐다.
◆“정부 정책이 차별적이거나 불법일 때 배상해야”= ISD는 'Investor State Dispute'의 약자다. A국가에 투자한 기업 B가 A국가의 정책 등으로 이익을 침해당했을 때 A국가를 상대로 직접 소송을 제기, 피해보상을 받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ISD의 역사적인 뿌리는 중세시대 무역상의 거래에서 찾을 수 있다. 상인 간 분쟁이 발생했을 때 그 지역 영주에게 맡긴다면 공평한 판결을 기대하기란 어렵다는 이유로 상업 중심지에 상인 간 분쟁을 중재할 재판소를 만들게 된다. 이후 1923년 국제상공회의소는 국제적으로 민간인 사이에서 벌어지는 분쟁 해결을 중재심판에 넘기기로 결정했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거치고 국경을 뛰어넘은 투자가 점차 활발해지자 투자자·국가 간 분쟁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결국 1965년 열린 투자분쟁조정회의에서 사적인 국제 중재절차 제도를 국가와 투자자 간 분쟁까지 적용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중재심판할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를 세계은행 산하에 두기로 했다. 이로써 지금의 ISD가 모습을 갖추게 된다.

1990년 이후 지구화가 본격화되면서 ISD 소송은 급증하게 된다. 1965~1994년 ICSID 중재심판 건수는 32건에 불과했지만 1995~2004년에 140건으로 늘어났다.

상인끼리의 분쟁처럼 ISD는 투자자가 불합리한 차별대우를 받거나 국가가 위법적인 조치로 발생하는 피해로부터 투자자를 보호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때문에 '정부의 정책이 옳고 그르냐'가 아닌 '투자자가 부당한 정책으로 손해를 입었느냐'를 판단하게 되는 셈이다. 또 사업 비밀을 숨겨야 하는 상인 간 중재심판처럼 ISD도 철저한 비밀이 원칙이다. 판결문이나 누가 이겼는지도 공개할 의무가 없다는 의미다.

◆ISD,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서 돌팔매 맞다= ISD는 2007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게 됐다. 당시 일부 언론은 ”한미 FTA 협상 타결 내용 가운데 우리 헌법이 규정하지 않은 개념도 포함해 위헌소지가 있다“며 대표적 독소 조항으로 ISD를 꼽았다. 국내 부동산에 투자한 미국 투자자들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으로 투자 손실을 입으면 ISD를 활용해 소송을 제기하는 식으로 정부 정책을 좌지우지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정부는 “ISD가 투자협정의 일반적인 사항이고 우리나라가 그동안 체결한 6개 FTA를 포함한 81개 투자협정에 모두 포함돼 있는 글로벌 스탠더드(2011년 11월7일 정병두 당시 법무부 법무실장)”라고 해명에 나섰지만 논란은 쉽사리 그치지 않았다. 결국 2011년 12월 국회에서 한미 FTA의 투자자·국가 소송의 폐기·유보·수정을 위한 재협상 추진을 여야 합의로 결의하게 되지만 2013년 박근혜정부는 한미 FTA 재협상 불가 방침을 확정하게 된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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