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지사는 지난 2월 이 총리의 국회 인사청문회를 챙겨본 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세상에 비밀이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되새기면서 공직에 있는 동안만이라도…"라는 글을 적기도 했는데, 본인에게 이 말이 부메랑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이 총리 역시 '양파총리'라는 비아냥을 들으며 '비밀이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낄 게 분명하다.
이들은 성 전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았던 아니던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생리를 너무 잘 알고 있다. 그 덕분에 지금의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다. 성 전 회장이 돈을 준 이유는 분명하다. 경남기업의 회생과 본인의 정치적 야망 등을 위해 대가를 바란 것이지 선의에 의한 것이 아니다. 아직 사실여부가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만약 단돈 1만원이라도 받은 인사가 있다면 그는 1만원 만큼의 호의를 성 전 회장에게 되돌려줬거나 아니면 지금까지도 찜찜한 마음을 품고 있을 수 밖에 없다.
지사직을 내던지는 승부수로 정치권에서 주가를 올린 이완구 총리로서는 앞뒤를 구분하지 못했을 리 없다. 홍 지사도 1996년 국회에 입성한 이후 야당시절 '대여 공격수'로 명성을 얻으면서 원내대표, 최고위원, 당대표로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이들은 전화 한 통에서라도 공짜와 비밀이 통할 줄 알았다는 착각을 하고 말았을 수 있다. 뿌린대로 거두지 못하면 반발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성 전 회장은 '잘 봐달라'는 의미로 정치인에게 자금을 전달했지만 오히려 사정 대상 1호가 됐고 영장실질심사까지 받아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성 전 회장으로서는 극단적인 선택과 함께 최고 실세인 정치인들을 물고 들어가는 물귀신 작전을 취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는 현직 총리 검찰수사 초읽기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 관심은 이 사태가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에 쏠려 있다. 여기에 정답은 없다. 최선이 아니라 항상 차악을 고른다는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사상 초유의 상황이라는 점에서 예측불허일 뿐이다. 다만, 일부 정치인은 차명으로 후원금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세상에 '공짜'와 '비밀', '정답'이 없다는 교훈이 확실히 빛을 발한 셈이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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