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살다보니 저한테 이런 일도 생기네요.
어제 오후에 일이 좀 있어서 시청에 잠깐 들렀다가 화장실에 갔는데 휴지걸이 위에 번쩍번쩍한 장지갑이 하나 놓여있더군요.
주민등록증 사진을 보니 지갑 주인은 웬 조폭같이 머리가 짧고 우락부락한 얼굴이었습니다. 금액에 살짝 흥분했던 마음이 긴장됐습니다.
화장실에서 기다리면 찾으러 오겠지 했는데, 10분을 초과해서 15분이 돼도 안오더군요. 그래서 잠시 갈등하면서 기다리다가 밖으로 나왔는데 참 갈등되더라구요. 요즘 10만원짜리도 현찰 취급받고 그냥 대충 서명해도 쓸 수 있는데.
짧지 않은 마음의 갈등을 접고 파출소로 향했지요. 가서 경위 설명하고 연락처와 이름을 적고 가려고 하는데, 옆에서 통화하던 여순경이 나 보고 “잠깐만요” 하더군요.
잠깐만 계시라고 해서 좀 멋적었지만 기다렸지요. 5분정도 있으니까 느긋하게 들어오는 분은 풍채좋은 조폭…이 아니었습니다. 스님이시더군요.
그 분이 나에게 정말 감사 하다고 사례하겠다고 하시면서, “지금 이 돈은 당장 써야 하니까 오늘 내로 입금해 드리겠다”고 합디다.
전 “스님 돈은 별로 받고 싶지 않다고 그냥 좋은 일에 쓰시라”고 하고 나왔지요.
기분이 흐믓하더군요. 버스를 타려고 가고 있는데 그 스님이 “잠깐만요”하면서 뛰어 오시더군요.
“이렇게 가시면 자기가 마음이 참 불편하니까 제발 계좌번호 좀 불러주시라고, 조금은 사례해야 자신도 마음이 편하고 그러니 너무 부담갖지 마세요.”
결국 제 계좌번호 가르쳐 드리고 집으로 왔지요.
3시간이 지난 후에 핸드폰에 문자가 왔길래 봤더니 ‘000님께서 150만원을 입금하셨습니다’라는 문자가 떴어요.
이거 참.
전 대충 20만~30만원정도 보내겠구나 싶었는데 큰 금액을 보니까 솔직히 이건 좀 아니다 싶더군요.
그래서 다음날 파출소에 가서 경찰에게 이런 저런 말씀드리면서 돈 돌려드려야 할 거 같은데 그 분 어디 절에 소속된 분이시냐고 물었더니, 경찰이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그냥 쓰시지 그래요?”
그 스님이 혹시 제가 다시 찾아올까봐 절대 말해주지 말라고 했답니다.
전 좀 이상한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계속 말해주시라고
그 경찰에게 졸랐더니….
그 절 이름이 “만우절” 이라고 말하더군요. ㅋ ㅋ
웃으면 복이 온답니다~^*^
이상은 오늘 인터넷에서 도는 이야기였습니다. 웃은 만큼 복이 옵니다.
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