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호 러시아우리은행 법인장 인터뷰
[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 지난해 연말부터 세계는 러시아 경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유가 하락과과 서방 경제제재 등의 영향으로 루블화 가치가 급락했고, 금융시장의 유동성 경색이 나타나면서 경제위기는 점차 심화되고 있다. 저유가가 지속될 경우 올해 전망도 밝지 않다. 세계 경제에 미치는 파급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소용돌이의 한 가운데서 누구보다 바쁘게 뛰고 있는 사람이 있다. 바로 김건호 러시아우리은행 법인장이다. 러시아의 상황이 현지 진출기업에 미치는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고 한편으로는 위기를 기회로 삼아 수익을 올리는 방법도 모색해야 하기 때문이다.
12일 김 법인장은 "러시아 경제상황이 올해 역시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선제적인 위험관리를 통해 부실 자산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현지 진출기업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건전성 제고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현지에서 체감하는 러시아 경제 상황은 어떨까. 김 법인장은 조심스럽게 "현재 러시아의 국가부도 가능성에 대해 언급되고 있다"며 "가능성이 없어보이지는 않는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구체적으로 환율 상승과 금리 인상에 따른 부담이 실물부문으로 전이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중소기업이나 일부 중소형 은행들의 지급 불능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 김 법인장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경제위기 상황에도 신규 고객 확보 등 러시아우리은행의 현지 시장 경쟁력 확대는 꾸준히 추진되고 있다. 김 법인장은 "신디케이트론 시장 진출, 상품 다양화를 위한 파생상품 취급 인프라 구축 및 전산시스템 개발 등이 진행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현대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생산 협력 업체가 있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지점이 운영되고 있고 극동지역에 진출한 한국 기업 지원을 위해 지난해 블라디보스톡에 대표 사무소도 설립됐다. 현재 제공 가능한 서비스는 대출, 예금, 외환거래, 송금업무 등이다.
특히 블라디보스톡 진출은 국내은행 중 최초라는 점이 눈에 띈다. 러시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극동지역 개발 프로젝트의 중심지로, 경제특구 지정 및 해외기업 투자 등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우리은행은 2008년 1월 러시아 현지법인 설립 이후 2011년 8월 상트페테르부르크 지점 개설에 이어 지난해 블라디보스톡 사무소 개소로 모스크바에서 극동지방에 이르는 현지 영업망을 확보할 수 있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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