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오리온스전 맹활약…악착 같은 경기력에 팀 분위기 반전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감독님의 주문대로 막았을 뿐이에요."
프로농구 부산 KT의 2년차 가드 이재도(23). 부산사직실내체육관에서 18일 열린 프로농구 정규리그 경기에서 코트 오른쪽에서 주로 움직이는 고양 오리온스의 가드 이현민(31)을 철저하게 왼쪽으로 몰았다. 오리온스의 날카로운 창이 대번에 무뎌졌다. 득점 선두 트로이 길렌워터(26ㆍ경기당 23.8점)마저 8점으로 묶였다. KT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올 시즌 1쿼터 최다 득점(35점)과 전반 최다 득점(56점) 기록을 연이어 깨뜨렸다. 92-66 대승.
그 전만 해도 그는 팀 내 입지조차 불안했다. 네 경기 총 출장시간이 7분38초에 그쳤다. 삼성과의 경기를 앞두고 전 감독은 선발 라인업에 이재도의 이름을 넣었다. "'마지막 기회를 주시는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절실하게 뛰었는데 뜻밖에 좋은 결과가 나왔죠."
노력의 열매다. 지난 시즌 평균 2.1득점으로 부진하자 그는 달력에서 휴일을 지웠다. 비시즌 동안 팀 훈련은 물론 김승기(42), 손규완(40) 코치로부터 '과외'를 받으며 슛과 패스를 다듬었다. 과외가 끝나면 김승원(25)과 코트에 남아 복습했다. 그의 태도를 본 전 감독은 감동했다. "스트레스 좀 풀어. 놀기도 해야지"라며 다독였을 정도.
그러나 정규리그가 시작되고 보니 생각대로 풀리지 않았다. 이재도는 열두 경기에서 총 25점을 넣는데 머물렀다. "훈련한 대로 되지 않으니까 위축되더라고요." 그는 지난 기억을 떠올리며 견뎌냈다. 다섯 차례나 오르내린 함백산 산악 구보(6월 30일~7월 12일). 이재도는 오르막이 이어진 평균 9.6㎞ 거리를 세 차례나 일등으로 달렸다. "멈추고 싶은 고비가 여러 번 있었는데 이를 악 물고 버텼거든요. 여기서 주저앉을 수는 없다고 마음먹었죠."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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