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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하오 요우커]3. '별그대' 가구 보러온 35세 女사장팀의 서울 5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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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빅시리즈 #3. 비즈니스 관광 온 요우커

'한식풍격(한국스타일)'이란 신조어 사용
드라마 본뒤, 오빠 발음 안돼 "어우빠'란 호칭 사용


지난 5일 서울 명동 거리에서 면세 물건을 잔뜩 구매한 요우커들이 택시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 5일 서울 명동 거리에서 면세 물건을 잔뜩 구매한 요우커들이 택시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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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 주상돈 기자, 김보경 기자] 지난해 한국을 찾은 요우커 중 사업 목적으로 방문한 중국인은 총 12만명이었다. 지난해 방한한 전체 요우커(432만명)의 2.7% 수준이다. 한국관광공사가 발간한 통계월보에 따르면 올해는 지난 9월까지 8만2959명이 비즈니스 관광을 다녀갔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약 22% 줄었지만 월평균 방문객을 감안하면 올해도 10만명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 비즈니스 목적의 방한객은 전체 요우커의 증가폭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지만 한류와 한ㆍ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으로 다양한 사업 기회가 확장되면 중국 비즈니스맨들의 방한도 지속적으로 늘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비즈니스 관광을 온 요우커 일행을 동행해 봤다.
 
◆체류 비용 신경 안 쓰는 통 큰 비즈니스 관광객= 한멍첸(韓孟岑ㆍ여)씨는 중국 후난성(湖南省)에서 인테리어 회사를 운영한다. 서른다섯 살의 한씨는 12년 전 인테리어 회사를 창업해 빌딩 내부 인테리어나 고급 인테리어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 낡은 집 리모델링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 등 8개 자회사를 거느린 업체로 키워냈다. 이들 회사는 후베이성(湖北省), 장시성(江西省) 등지에 흩어져 있다.

그는 지난달 20일 이 회사 소속 직원, 촬영 스태프 등을 이끌고 5박6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았다. 여느 요우커와는 달리 비즈니스 목적의 방문이다. 최근 '별에서 온 그대' 등 한국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드라마 속 가구, 소품 등 인테리어에 대한 중국인의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중국 후난TV와 합작 프로그램을 제작한 경험이 있는 이 회사는 후속작 주제로 한국 인테리어시장을 점찍었다. 촬영본을 가지고 이달 방송국 관계자들과 미팅 후 구체적인 방송 일정을 잡을 계획이다.

한씨 일행과 같은 비즈니스 관광객의 특징은 단체ㆍ개별 관광객과 달리 숙소ㆍ교통 등을 선택할 때 돈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회사에서 체류 비용을 일체 부담하기 때문이다. 먹거리, 잠자리 등에 대한 선택이 자유롭기 때문인지 한국에 대한 이미지도 '좋다' 일색이었다. 9명의 스태프는 방한 이틀째 한국 방문 소감을 묻는 질문에 '크게 불편한 점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한씨 일행은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서울 종로 A호텔에 짐을 풀었다. 이 호텔 객실요금은 더블 트윈룸(2인실)이 주중 16만5000원. 한씨까지 포함해 총 10명이 5개 객실을 잡아 5일 동안 412만원을 숙박비로 썼다. 차편은 이화여대, 신사동, 성북동 등 동선이 뒤죽박죽인 탓에 아예 25인승 버스를 대여했다. 한씨 일행을 가이드한 K여행사 관계자에 따르면 버스 대여료는 하루 10시간 기준 18만원. 지난달 21일부터 25일까지 차 대여료만 90만원을 썼다. 이들은 가이드도 별도로 채용했다. 양복을 말끔히 차려입은 40대 중반의 남성 가이드는 호텔에서 한씨 일행을 픽업하는 것부터 시작해 하루 일정이 완전히 마무리될 때까지 이들과 함께 움직였다.

쇼핑ㆍ관광 등에 방점이 찍혀 있는 개별ㆍ단체 관광객의 일정표와 달리 한씨 일행은 방문 목적에 맞게 인테리어 디자인업체 방문, 전문가 면담, 현장 탐방 등으로 일정을 짰다. 안상수 홍익대 교수 겸 시각디자이너, 김종건 필묵 대표를 만나는 한편 북촌 한옥마을 등 한국의 미를 엿볼 수 있는 공간을 차례로 탐방하는 일정이었다.

이들은 일정도 그날그날 상황에 맞춰 변경하기도 했다. 지난달 22일 오전 11시께 호텔 로비에 모인 이들은 남산타워에 가기로 한 오전 일정을 "남산은 저녁에 찍어야 야경을 담을 수 있다"는 한 스태프의 제안으로 급히 변경했다. 이화여대로 차머리를 돌린 이들은 이대 정문 앞 거리에서 프로그램에 삽입할 도입부 장면을 촬영했다.

◆바링허우 세대 요구에 인테리어도 '한식풍격' 풍미= 방한 첫째 날 한옥마을을 둘러본 한씨 일행은 이튿날인 21일 서울 명동 롯데백화점 내 위치한 10꼬르소꼬모 매장을 방문했다. 인테리어업체 관계자들이 왜 편집숍을 찾았을까. "'별에서 온 그대' '상속자들' 등 한국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중국인들이 패션, 화장품뿐만 아니라 한국 인테리어까지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드라마 속 인테리어처럼 집을 꾸미고 싶다는 문의도 늘어나고 있다." 이 회사에서 미디어를 담당하고 있는 탕친신(湯琴心)씨의 설명이다. 한류에 대한 관심이 패션, 화장품뿐 아니라 인테리어까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21일, 서울 명동 롯데백화점 내 10꼬르소꼬모 매장을 방문한 한씨 일행이 매장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지난달 21일, 서울 명동 롯데백화점 내 10꼬르소꼬모 매장을 방문한 한씨 일행이 매장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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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은 MC는 스노볼을 가리키며 "반짝반짝 빛나는데 혹시 '별에서 온 그대'에 나온 건가요"라며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별그대' 광팬이라는 그는 스노볼을 만지작거리며 "오빠, 어디에 계시나요"라고 드라마 속 천송이가 도민준에게 구애하는 모습을 재연하기도 했다. 카메라가 돌아가자 연인 모습을 연출하던 여배우가 '칭시 어우빠'라고 상대방을 불렀다. 어눌한 한국 발음으로 '오빠'를 발음한 것이었다. 이 모습을 본 중국 통역은 "한국 드라마를 많이 보는 중국인들이 '오빠'의 의미를 알고 이 호칭을 쓴 것"이라며 "원래 중국은 오빠라는 호칭 자체를 잘 안 쓴다"고 설명했다. 한국어에 서툰 중국인들도 웬만하면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와 더불어 '오빠'란 호칭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한국 드라마가 중국의 호칭문화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식 인테리어는 특히 일명 '빠링허우(八零后)'로 불리는 8090세대에게 인기라고 한다. 한국식 인테리어를 지칭하는 신조어도 생겼다. 바로 '한식풍격(韓式風格ㆍ한국식 스타일)'이다. 드라마에 등장한 카페나 집 등의 인테리어를 따라하고 싶어하는 소비자층이 늘어나면서 생겨난 용어다. 한씨 회사가 타깃으로 삼고 있는 소비자층은 주로 사회에 갓 진출한, 경제적으로 풍족하진 않지만 모던하고 깔끔한 인테리어를 선호는 이들, 빠링허우 세대다.

한씨 일행이 직접 한국행을 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예전에는 TV나 인테리어 서적을 통해 한국 인테리어를 간접적으로 접했는데 인테리어업체를 경영하는 사람으로서 한국 인테리어시장을 직접 보고 느끼고 배우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업상 방한했다고 하지만 쇼핑은 빠뜨릴 수 없는 코스다. 특히 여직원들은 화장품, 마스크팩 등 쇼핑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스태프 중 절반을 차지하는 여직원들은 개인 시간이 주어지면 "설화수도 사고 한국 마스크팩을 많이 사가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비즈니스 관광객 맞을 준비 됐나= 방한 요우커가 급증하고 있는 데 비해 비즈니스 목적으로 한국으로 찾는 요우커는 통계상 뚜렷한 증가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실제 요우커는 2011년 222만명에서 지난해 432만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난 반면 이 중 비즈니스 관광 요우커는 같은 기간 10만명에서 12만명 수준으로 느는 데 그쳤다. 왜 이럴까. 전문가들은 통계적 착시현상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비자 타입에 따른 관광객 분류로는 비즈니스 목적의 관광객 수치가 왜곡됐을 수 있다"며 "개인사업자의 경우 관광비자 등 편한 비자를 발급받고 오기를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업상 방한을 하더라도 보유 비자에 따라 비즈니스 관광객이 아닌 일반 관광객으로 분류됐을 수 있다는 얘기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한국과 중국이 상품과 서비스, 투자, 금융, 통신 등 양국 경제 전반을 포괄하는 FTA를 타결함에 따라 상용과 공용의 비즈니스 관광객 숫자는 지금보다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재진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비즈니스 관광객 숫자는 당연히 늘어난다. 특히 정보기술(IT) 부품 등 한국기업의 기술력이 우위에 선 업종의 관련자들의 한국 방문이 늘어날 것"이라며 이번 FTA 타결이 비즈니스 관광산업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연구위원은 현재의 요우커 증가 속도에 비추어 볼 때 여기에 FTA 효과까지 더해진다면 2016년 방한 요우커 숫자가 10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 역시 "현재 발표된 내용이 최종 확정안이 아니기 때문에 속단하긴 이르지만 한중 FTA 체결로 인해 비즈니스 관광객 숫자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 비즈니스 관광객을 맞을 준비는 아직 열악하다. 관광객을 현장에서 대면하는 가이드들도 은근히 비즈니스 관광객보다 일반 관광객을 선호하는 게 현실이다. 비즈니스 관광차 한국을 찾은 요우커는 방문 목적이 확실하기 때문에 가이드 업무에 크게 품이 들지 않는다고 가이드들은 말한다. '촬영'과 '인테리어'로 방문 목적이 뚜렷한 한씨 일행처럼 비즈니스와 관광을 결합한 요우커들은 중국에서부터 일정표를 짜오기 때문에 여행사와 일정을 놓고 옥신각신하거나 관광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실랑이를 벌일 일도 적다는 것이다.

반면 익명을 요구한 가이드는 "가이드 입장에서는 돈이 안 된다"고 귀띔했다. 일부 가이드는 면세점 등에 고객을 연결해 주는 대가로 일종의 수수료를 챙기면서 재미(?)를 보기도 하는데 비즈니스 관광객의 경우 쇼핑 장소 역시 스스로 물색하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수익을 올릴 기회가 차단되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관광객들은 비중 있게 신경을 안 쓴다"고 털어놓은 것도 이 때문이다.

요우커들의 방한 목적에 따른 다양하고 체계적인 관광 프로그램 마련과 현업 가이드들의 현실적인 요구를 해소할 방법이 필요한 이유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비즈니스 관광객은 비즈니스만 하려고 오는 게 아니다. 관광수요를 파악해 관광상품과 엮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이들은 관광에만 올인할 수 없는 일정이기 때문에 멀리 가기 어렵다. 짧은 거리를 효율적으로 갔다 올 수 있는 관광상품을 개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자연경관의 경우 중국이 월등하기 때문에 자연관광보다는 스키장, 테마파크, 카지노 등 중국인이 접하기 어려운 곳을 상품으로 개발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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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팀>
취재=김민영ㆍ김보경ㆍ주상돈 기자 bkly477@
사진=최우창 기자 smicer@
통역=최정화ㆍ옌츠리무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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