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속에서는 유도등 따라 넓은 쪽 공략, 해저드 앞은 레이업, 강풍은 '순응'
[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새벽안개와 비, 그리고 오후의 강풍."
골프는 그라운드가 가장 넓은 종목이다. 수십만평의 광활한 부지를 감안하면 돔구장을 만들 수도 없다. 비가 오면 맞고, 바람이 불면 이에 따르는 , 그저 자연에 순응하는 게 최상이다. 세계랭킹 1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가 2011년 디오픈 직후 "날씨에 따라 성적이 좌우되는 이런 대회에서는 내 스타일의 경기를 할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가 여론의 질타를 받은 이유다. 아마추어골퍼도 마찬가지다. '악천후에서 살아남는 법'이다.
사실 아마추어골퍼들의 사정은 더 절박하다. 프로선수들이야 안개가 걷힐 때까지 기다리면 되지만 아마추어골퍼들은 그대로 플레이를 속행하기 때문이다. 골프장에서 준비한 티잉그라운드의 화살표, 페어웨이 중앙과 그린 뒤쪽의 유도등이 전부다. 이른바 '묻지 마 골프'다. 티 샷은 물론 모든 샷에서 철저하게 정확도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까닭이다.
먼저 티 샷은 보통 150~200야드를 지나면서 슬라이스나 훅 등 구질이 휘어지기 시작한다는 점을 기억하자. 캐디의 조언을 토대로 최대한 넓은 쪽을 공략해가며 그린에 접근한다. 그린 앞에 워터해저드 등 위험 요소가 감지된다면 아예 레이 업을 통해 우회하면서 스코어를 지키는 것도 방법이다. 그린에서는 다소 공격적인 플레이도 무방하다. 잔디가 젖어 잘 구르지 않는다.
먼저 순풍에서다. 비거리가 멀리 나가지만 그린을 공략할 때 런이 많아져 공을 세우기가 어렵고, 스핀도 잘 걸리지 않는다. 티 샷에서부터 자신이 좋아하는 두 번째 거리를 남기는 전략이 필요하다. 그린에 가까운 30야드 어프로치 샷보다 80야드 샷이 더 정확하다면 처음부터 3번 우드로 출발한다.
역풍에서는 충분히 클럽을 크게 잡는 게 중요하다. 힘으로는 절대 바람을 제압할 수 없다. 7번 아이언 거리지만 맞바람이 강하다면 6번은 물론 5번, 4번을 잡을 수도 있는 상상력이 필요하다. 롱아이언이 어렵다면 하이브리드다. 티잉그라운드에서는 티 높이를 낮게 꽂아 탄도를 낮추는 '나만의 전략'을 곁들인다. 미스 샷이 나더라도 어느 정도는 굴러가 주는 행운을 만날 수 있다.
고수들이 전하는 보너스다. 티를 어느 한쪽 방향으로 기울이면 구질이 달라진다는 팁이다. "타깃 방향은 같은 높이에서도 탄도가 낮아지면서 페이드성 구질을, 반대 방향은 탄도가 높아지면서 드로우성 구질이 나온다"는 설명이다. 억지로 샷을 제어하는 게 아니라 바람의 방향에 따라 티 높이를 조절하고, 페어웨이의 모양에 따라 티 방향을 설정하는 노하우가 숨어 있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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