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16강, 최우수 8명 중 5명이 '야신'의 후예
[아시아경제 박준용 기자]야신의 후예들이 브라질에서 골문을 걸어 잠갔다. 미세돌기가 마찰력을 줄인다는 축구공 '브라주카'도 이들 앞에서 맥없이 멈춘다. 16강전 8경기에서 국제축구연맹(FIFA)가 선정한 '맨 오브 더 매치(MOMㆍ최우수선수)' 여덟 명 가운데 골키퍼만 다섯 명에 이른다. 골키퍼 풍년 속에 '골든글러브(최우수골키퍼)'상의 향방도 안개속 이다.
▷잘나가는 패한 팀 골키퍼="팀 하워드(35ㆍ에버튼)를 존경한다." 미국 골키퍼 하워드의 선방쇼에 감탄한 벨기에 수비수 뱅상 콤파니(28ㆍ맨체스터 시티)의 고백이다. 하워드는 벨기에와의 16강전에서 골과 다름없는 슛을 열여섯 차례나 막아냈다. 월드컵 통산 한 경기 최다 세이브 기록이다. 이날 하워드는 미국이 1-2로 졌는데도 MOM이 됐다. 4일 현재까지 선방 부문 1위(28개)다. 칠레의 클라우디오 브라보(31ㆍ바르셀로나), 멕시코의 기예르모 오초아(29ㆍ아작시오), 나이지리아 빈센트 에니에야마(32ㆍ릴 메트로폴)도 팀이 16강에서 탈락했지만 세계 축구팬의 기억에 남았다. FIFA 선정 골키퍼 랭킹에서 각각 9.26점과 9.04점, 8.74점을 획득해 1,4,6위에 올랐다. 특히 오초아는 출전한 네 경기 중 두경기에서 MOM로 뽑혔다. 현재 전 소속팀(프랑스 아작시오)과 계약이 끝나 '무적'신세인데 대회기간 동안 유럽 20여개 구단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쿠르투아는 '골든 글러브' 후보 중 가장 나이가 어리다. 나이는 스물두 살에 불과하지만 스페인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소속으로 올해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도 활약했고, 이번 대회에서도 두 골만 실점했다. 평점 9.05점으로 골키퍼 랭킹 2위에다 선방률 85.7%을 기록 중이다. 줄리우 세자르(브라질)는 랭킹(23위)과 선방률(66.7%) 부문 기록에서 다른 골키퍼에 비해 떨어지지만 칠레와 경기 때 상대의 승부차기를 두 차례나 선방해 팀을 8강에 올려놨다. 개최국 이점으로 우승가능성이 높고 승부차기 선방이 뇌리에 각인됐다는 점에서 '골든 글러브'를 노릴만 하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 축구대표팀은 모든 부문에서 저조하 기록을 남겼는데 골키퍼 자리도 예외는 아니었다. 특히 주전 골키퍼로서 러시아(6월 18일) 및 알제리(6월 23일)와의 경기에 출전한 정성룡(29ㆍ수원)은 최악의 부진을 보여 팬들의 비난을 받았다. 영국 축구 전문 매체 '스카이스포츠'는 정성룡에 대해 "재앙과 같은 경기력"이라고 혹평하며 최하 평점(4점)을 줬다. 그의 유효슈팅 선방률은 50%로, 골문 안으로 날아간 슈팅 둘 중 하나는 골이 되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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