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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千日野話] 단양 제3경은 삼도일하(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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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섬의 스토리텔링 - 퇴계의 사랑, 두향(60)

[千日野話] 단양 제3경은 삼도일하(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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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북행하시는 길에 평안감사가 기생을 붙여주겠다고 하지 않으셨는지요?"

"허? 어떻게 그 일을 아셨습니까?"

"소녀가 바로 그때 나으리에게 가기로 되어 있었던 그 기생이옵니다. 나으리는 단호히 거절을 하셨지요."
"아아, 그랬지요."

"그때 제가 감사에게 자청을 하여 가겠다고 하였사옵니다. 나으리의 그림자가 되어 하루라도 곁에 있어보고 싶어서였지요."

"정말 뜻밖의 일입니다."

"그때 못 뵈온 일을 한탄하였는데, 지금 문득 다시 뵈오니 황홀하기가 이를 데 없습니다. 아름다운 문향(文香)을 맡으며 춤을 추게 되어 행복하였사옵니다."

퇴계가 웃으면서 말했다.

"오오, 그랬군요. 참으로 기이한 인연이로소이다. 기적(妓籍)은 어찌 면하게 되었습니까?"

"관기(官妓)에서 파적(罷籍)한 지는 오래되었고, 다만 제가 다른 일을 찾지 못하여 그 주위에 머물러 있었던 것이옵니다. 화담선생이 돌아가신 뒤로, 도무지 삶의 의욕을 잃어 금강산 여행을 떠났고 그 길로 평양으로 돌아가지 않고 묘향산과 설악산을 거쳐 여기까지 내려온 것입니다."

"여인의 몸으로 천하의 험지(險地)를 자청하여 다니니 놀라울 뿐입니다. 그 여정(旅程) 중에 깨닫는 바가 있었습니까."

"나를 내려놓는 것과 내 것을 내려놓는 것이 수행의 첫걸음임을 조금 느낀 듯합니다. 욕심이나 집착에 매달리지 않는 대신, 매사에 경건하고 열정적인 뜻을 두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귀하다고 여기게 되었습니다."

"하늘의 밝은 달빛 같은 말씀이 참으로 귀하도다. 자, 그래 밝달선비는 도담을 어떻게 명명하셨는지요?"

"저는 삼도일하(三島一霞)로 할까 합니다. 세 개의 섬이 하나의 노을에 젖는 풍경입니다."

"그렇군요. 하늘과 땅과 사람의 삼원(三元)이 석양에 함께 물드니, 그야말로 삼위일체가 아니겠습니까. 도담에서 꿈을 키웠던 삼봉도 지하에서 흐뭇해할 이름이외다." 공서의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도담삼봉과 관련한 시로는 퇴계 후대 사람인 다산 정약용의 작품도 자주 회자된다. 아름다운 작품인지라 즐기고 가는 것이 좋으리라.

 "봉래섬(신선의 섬)이 날아와 푸른 물에 앉았네
 석문을 뚫고 나오느라 낚싯배 머뭇대네
 구름소나무 씨 한 알을 누가 심어
 물줄기에 솔바람소리 더하리

 蓬島飛來落翠池(봉도비래낙취지)
 石門穿出釣魚遲(석문천출조어지)
 誰將一顆雲松子(수장일과운송자)
 添得??到水枝(첨득수류도수지)" 

참으로 기상이 장대한 시다. 섬들이 날아다니고 석문을 뚫고 구름소나무를 심고 물을 가지 삼아 솔바람소리를 내는 풍경이 다산의 상상력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특히 운송자(구름다발 소나무의 씨)를 말한 것은, 참으로 도담의 숨은 뜻을 꿰뚫고 있는 것이라 할 만하다. 삼봉 정도전은 함경도 동북면도지휘사 시절의 이성계에게 소나무에 관한 시를 하나 읊어준다. '아득한 세월에 한 그루 소나무/푸른 산 몇만 겹 속에서 자랐구나/잘 있다가 다른 해에 볼 수 있겠소?/인간을 굽어보며 오랫동안 꿋꿋이 살아왔는데.' 소나무 씨를 기다리는 사람과 나무의 다음 해를 기약하는 사람. 이것이 삼봉과 다산 정약용이 내면으로 서로 통했던 지점일지 모른다. 천재성과 열정을 지녔으면서도 비운의 생을 살아야 했던 두 사람은 도담삼봉의 돌바위에 '없는 소나무'를 놓고 저렇듯 400년의 시공간을 뛰어넘는다.

 
퇴계가 말했다.

"이제 삼 경까지 정해졌습니다. 단양 제1경은 사암풍병(舍巖楓屛)이요, 제2경인 구로모담(龜老慕潭), 그리고 제3경은 삼도일하(三島一霞)가 되었습니다. 제4경은 석문으로 하겠습니다. 석문의 비경은 가장 연소자(年少者)인 산해(山海)군에게 맡기고자 합니다. 어떠한지요?" <계속>

▶이전회차
[千日野話]삼봉정이 흥취로 가득차다



이상국 편집에디터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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