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성적도 겉으로만 보면 나쁘지 않다. 지난해 취임일 직전일 2009였던 코스피지수는 1950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50포인트, 약 2.5% 빠졌지만 지난해 신흥국 증시가 대부분 급락한 것에 비하면 안정적인 모습이었다고 할 수 있다.
불공정세력을 단속한다는 대의명분을 정면으로 반대하지는 못하지만 지금은 규제보다 활성화에 힘을 실어야 할 때란 목소리도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금융위기 이후 하루 10조원을 넘던 코스피 거래대금이 3조원 밑으로까지 떨어지는 마당에 규제보다 시장에 힘을 실어줘야 하는게 우선이라는 목소리다.
이런 때 흔히 나오는 말이 '1급수에는 물고기가 살기 어렵다'는 말이다. 물이 조금은 흐려야 먹이가 많아져 큰 물고기도 살 수 있다는 논리다. 다소의 융통성, 편법을 옹호하는 이 표현은 지금까지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표현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천문학적 추징금과 적지 않은 징역형을 선고받은 정치인과 기업인들은 화합과 경제활성화란 이름으로 면죄부를 받아 왔다.
이런 문화에서 살아왔기에 많은 투자자들이 "왜 원칙대로만 하려고 하느냐, 정치는 타협이다"는 말을 경제와 증시에도 적용하고 싶어하는 건 자연스러울지 모른다. 실제 역대 정부에서도 초기의 원칙은 현실이라는 이름 앞에서 타협을 봐 올 수밖에 없었다.
이런 흐름에서 본다면 박근혜 정부의 단속 위주의 정책은 입에는 쓰더라도 중장기적으로 시장 체질을 강화하는 밑바탕이 될 수 있다.
홍성국 KDB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부사장)은 "시장의 투명성을 확보한다는 것은 그만큼 시장의 체질이 강해지는 것을 의미한다"며 "불공정세력과 관행에 대한 엄한 단속은 증시에 약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부사장은 "법대로, 원칙대로 하는 것은 꽉 막힌 것이 아니라 비정상의 정상화라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거래 부진 역시 걱정만 할 일은 아니다. 그간 우리 증시는 너무 높은 회전율 때문에 투기시장처럼 취급받아 왔다. 입으로는 장기투자를 말하면서 거래가 준 것을 걱정하는 것도 '넌센스'다.
전필수 기자 phils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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