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에서도 문화 한류와 같은 흐름을 만들어내기 위해 현재 많은 논의가 진행 중이다. 십여년 전부터 국내 금융기관들이 글로벌 진출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국내 대기업이나 글로벌 선진은행에 비해 브랜드 인지도 등 여러모로 부족하다.
이처럼 뛰어난 금융IT와 선진 신용평가 시스템을 비롯한 인프라, 수준 높은 대고객서비스, 위기극복 노하우 등이 우리의 강점이다. 이를 잘 활용한다면 한국 금융도 글로벌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
특히 문화적 유사성과 경제적 관련성이 높은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진출한다면 성공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실제로 신한은행은 '아시아 금융벨트 구축'을 글로벌 전략 방향으로 정하고 해외 진출을 추진해 왔다. 그리고 핵심 요충지 중 하나인 베트남에서 금융 한류의 성공 가능성을 확인하고 있다.
금융 한류의 성공을 위해서는 적극적 현지화를 포함한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세계로 뻗어나가는 우리 기업과 글로벌 동행을 강화할 수 있도록 중견ㆍ중소기업의 해외 진출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
또 대형 연기금과 공동 해외자산운용처 발굴, 공적개발원조 기관과 연계한 해외진출 기회 창출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민관이 힘을 모아야 한다. 무역진흥을 위해 많은 역할을 해 온 코트라와 유사한 기구를 만들어 공동 연구개발(R&D) 플랫폼을 마련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처럼 다양한 시도를 통해 한국 금융의 앞선 강점을 아시아 지역에 수출해 보다 많은 현지인들이 금융의 본질적 가치와 혜택을 경험하게 만들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현지 지역사회와 함께 발전하는 상생의 동행을 펼치는 진정성 있는 노력이 뒷받침돼야만 금융 한류가 제대로 정착될 수 있다. 또한 쉽지 않은 과제인만큼, 단기에 성과를 거두겠다는 조급함을 버리고 멀리 보며 차근차근 추진하는 우보천리(牛步千里)의 지혜를 발휘해야만 할 것이다.
10여년 전만 하더라도 문화 한류가 가능하다고 생각한 이는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채로운 콘텐츠로 세계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있다. 금융도 마찬가지다. 금융 한류의 비전 아래 민관이 힘과 지혜를 모은다면 국내 금융산업의 성장정체를 극복하고 신성장동력으로써 우리경제의 미래를 창조해 낼 것이라고 확신한다.
서진원 신한은행장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