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새 기초연금 제도가 시행되면 65세 이상 노인의 70%는 매달 최대 20만원을 받게 된다. 나머지 30%는 사정이 조금 나은 분들이니 박 대통령의 '사과'는 충분히 받아들여질 것이다. 여론 동향을 봐도 "나라 살림 거덜 내면서까지 모두에게 줄 필요가 있느냐"는 목소리가 대세다.
박 대통령은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길수록 총급여액은 늘어나므로 '손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말은 틀리지 않지만 오해의 소지가 있다. 총급여액은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수령액을 합친 것이다. 가입기간이 길수록 줄어드는 기초연금의 금액보다 같은 기간 국민연금 수령액의 증가분이 조금 더 많을 것이기 때문에 손해가 아니란 것인데, 그렇다고 해서 내 돈을 부어 마련한 국민연금 수령액이 많아지는 것으로 기초연금의 축소를 받아들이라는 건 억지다.
기초노령연금 제도를 지금대로 그냥 놔둔다면, 지금의 중년들이 노인이 됐을 때 현재 시세로 20만원을 기초연금으로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돈은 이제 '따놓은 당상'이 아니다. 이들은 불행히도 소득하위 70% 노인이 된다하더라도,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길다는 이유 하나로 20만원보다 적은 돈을 받게 될 것이다. 이것이 손해가 아니고 무엇인가. 박 대통령이 만나 사과해야 할 사람은 바로 이들이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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