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을 4박5일간 방문하고 오늘(11일) 귀국하는 박근혜 대통령도 이번 순방을 '세일즈외교의 첫걸음'이라고 표현했다. 그렇지만 그 뒤에 항상 따라붙는 문구가 있으니 그것은 '선순환의 협력구조'다. 박 대통령은 베트남에서 "양국의 경제협력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선순환의 협력구조가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원전 수주나 화력발전소 건설 사업을 한국 기업이 딸 경우, 우리가 베트남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가 하는 건 매우 실무적인 거래다. 그러나 텔레비전을 통해 이번 정상회담의 결과를 시청한 베트남인들은 아마도 쯔엉떤상 베트남 국가주석이 "진정한 친구가 왔다. 한국은 사돈의 나라"라고 말하는 데서 울컥했을지 모른다. 상 주석은 "다문화가정 출신의 2세나 3세가 한국 국회나 정계에도 진출해 훌륭한 사람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고 박 대통령은 그들에 대한 지원 확대로 화답했다.
이런 훈훈한 광경 속에서 대한민국이 펼치고 있는 품격 있는 세일즈외교 스타일을 전 세계인의 머리에 각인시키는 것은 우리 기업의 현지 사업에도 큰 장점으로 작용할 것이다. 앞으로 아시아를 넘어 유럽, 아프리카로 이어질 박 대통령의 글로벌 세일즈외교에 거는 기대감은 그래서 크다.
앞선 미국과 중국 방문에서 박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귀국 후 상승하는 추세를 보였다. 품격 있는 외교력을 국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일 텐데, 이번 세 번째 해외순방도 예외는 아닐 것이라 본다. 다만 높은 국정지지율을 발판 삼아 상대가 지쳐 떨어져 나가기를 기다리는 내치(內治)를 계속하는 것은 우려스러운 모습이다. 밖에선 '상대의 마음에 다가서는' 우아한 의사소통법이 유독 국내에서만 '오로지 내 뜻대로'가 되고 만다면, 베트남인의 마음은 얻었으되 정작 한국인의 가슴에선 멀어지는 원치 않는 결과로 이어질지 모른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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