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아,저詩]이공의 '파문'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돌의 날개를 본 적이 있다.//당신 생각만 해도 어둑해지던 강가/당신 생각으로 굳어져버린 돌 하나 다듬어서 물수제비 뜰 때/떠오를 듯 가라앉을 듯 더 멀리 보내지 못한 채 멎은/자리.//미련처럼 가라앉아버린 그 자리에서/온통 당신 스치고 간 흔적밖에 없다고/둥근 날개 펴고 다시 내게로 돌아와 손등을 적시는/파문.//돌의 날개로 젖은 손등 말려본 적이 있다

■ 강가에서 돌을 주워 물수제비를 뜰 때면, 이상하게 멀리 보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납작하여 수면을 차고 날아가기 좋은 돌을 골라, 있는 힘껏 던져 보낸다. 한 번 뜨고 두 번 뜨고 세 번 뜨고 네 번 뜨고 다섯 번 뜨고, 스스로 힘이 생겨 강을 건너갈 만큼 뜨고 또 뜨기를 은근히 기대한다. 설령 그 돌이 강을 건넜다 한들, 달라지는 것이 별로 없을 텐데도, 그런 기적을 괜히 꿈꾼다. 돌이 닿는 곳에 일어나는 파도가 돌의 날개를 닮았음을 시인은 눈치챈다. 그 날개의 힘으로 부력을 얻어 다시 뛰는 돌을 본다. 당신 생각이란 내 안에 뭉쳐진 하나의 돌이며, 그것을 저 강 끝으로 보내는 뜻은 그리움이 내닫는 탄력 같은 것이다. '튕 튕 튕' 날아가다 이윽고 멈춘 자리에 힘없이 가라앉는 저 돌의 종착지는, 당신에게 닿지 못한 내 사랑의 물거품이 부글거린 자리이다. 돌은 날아가 죽었지만, 돌이 남긴 파문은 가던 길의 역순으로 물수제비 뜨며 돌아와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손등으로 귀환한다. 젖은 손등을 말리는 물수제비의 날개에 당신에게로 도달하지 못한 마음이 묻어 있다. 사랑은 당신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당신에게 당도하지 못한 나를 다시 만나는 여기에, 파문의 끝이 되어 일렁인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어른들 싸움에도 대박 터진 뉴진스…신곡 '버블검' 500만뷰 돌파 하이브-민희진 갈등에도…'컴백' 뉴진스 새 앨범 재킷 공개 6년 만에 솔로 데뷔…(여자)아이들 우기, 앨범 선주문 50만장

    #국내이슈

  • 공습에 숨진 엄마 배에서 나온 기적의 아기…결국 숨졌다 때리고 던지고 휘두르고…난민 12명 뉴욕 한복판서 집단 난투극 美대학 ‘친팔 시위’ 격화…네타냐후 “반유대주의 폭동”

    #해외이슈

  • 고개 숙인 황선홍의 작심발언 "지금의 시스템이면 격차 더 벌어질 것" [포토] '벌써 여름?' [포토] 정교한 3D 프린팅의 세계

    #포토PICK

  • 1억 넘는 日도요타와 함께 등장한 김정은…"대북 제재 우회" 지적 신형 GV70 내달 출시…부분변경 디자인 공개 제네시스, 中서 '고성능 G80 EV 콘셉트카' 세계 최초 공개

    #CAR라이프

  • [뉴스속 인물]하이브에 반기 든 '뉴진스의 엄마' 민희진 [뉴스속 용어]뉴스페이스 신호탄, '초소형 군집위성' [뉴스속 용어]日 정치인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한·중 항의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