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力)은 힘이란다. 골퍼에게 주문하는 제1호는 '힘을 빼라'는 것이다. 왜 힘을 빼야 하는가. 힘은 무엇인가를 움직이게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힘이 지닌 딱 그만큼만 역할을 한다. 힘은 힘 이상으로 무엇인가를 해내지 못한다. 그래서 많은 운동이나 무술들은 힘만 이용하지 않고, 힘이 빠진 상태의 회전운동이나 흐름을 타는 기운을 활용한다. 이것이 힘을 증폭시킬 수 있고 불필요한 힘을 제거하여 꼭 필요한 곳에 힘을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힘을 빼라는 것은 힘을 없애라는 뜻이 아니라, 유연함의 운동성을 활용하라는 의미이다. 초보들은 힘으로 모든 것을 해결해 버리려 한다. 그게 그럴듯해 보이고 안전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실속이 없다. 힘을 놔야만 움직임이 에너지를 얻고 탄력이라는 힘이 붙은 큰 힘이 생긴다. 힘으로 해결하려는 리더십은 그래서 늘 옹졸하며 성과가 형편없고 곧 지친다. 힘을 배분하고 상황의 '스핀'을 활용하는 리더는 장대를 딛고 뛰어오르듯 치솟는 장관을 연출한다.
구(球)는 '공을 보라'는 팁이란다. 지금 하는 일은 저 작은 공을 잘 맞히는 일이다. 잘 맞힌다는 것은 적당한 부위에 적당한 힘을 가격하여 원하는 위치까지 도달하게 하는 것이다. 공을 칠 때 그것을 끝까지 바라보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인데도, 다른 것에 신경을 쓰다 보면 그 기본을 까먹는다. 아무리 폼이 좋아도, 아무리 스핀이 멋져도, 아무리 힘이 넘쳐도, 아무리 상대방이 실력을 접어줘도, 공을 제대로 보지 않으면 그 샷은 헛스윙일 뿐이다. 공은 바로 우리가 쥐고 있는 문제들이다. 문제 중에서도 가장 긴요하고 현실적으로 당면한 문제를 함의한다. 이상에 들떠서 먼 곳만 바라보다가, 아니면 제 열정에 취해서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 잊어버린 채 샷을 휘두르는 자들은, 세상에 널린 허당들이다.
심(心)은 '마음 비우라'는 것이란다. 이거야말로 많이 듣던 말이 아닌가. 힘을 빼는 것과 마음을 비우는 것은 어떻게 다른가. 힘을 빼는 것은 스핀원리를 활용하는 것이지만, 마음을 비우는 것은 마음이 과다 적재될 경우 오히려 부작용을 내는 현상을 통찰한 것이다. 그것을 우린 과욕이나 성급이라 부르기도 한다. 목표에 대한 욕망이 커지면 마음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기 쉽다. 꼭 해내야 한다는 긴장감이 오히려 유연함을 떨어뜨려 허튼 동작을 만들어 내기 쉽다. 하지만 이것은 쉬운 주문이 아니다. 세상의 모든 달인과 초인들은 이것으로 거기 올라가 있는 것이다. 골퍼가 마음을 비우는 것이 자유자재로 되는 자이면 우즈나 매킬로이보다 이미 더 높은 자이다. 승리하고 성취할수록 텅 비는 리더, 자신을 텅 비운 채 다른 이들의 생각을 창발적이고 조직적으로 진화시키는 리더가 그래서 무서운 리더이다. 골프의 역두구심은 우리 삶의 비밀과 노하우를 고스란히 숨기고 있다. 아무리 봐도 이거 대단한 운동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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