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수도권 중대형 시장의 어려움은 크게 4가지 리스크로 정리할 수 있다. 먼저 큰 폭의 가격 하락이다. 60일의 신고 기간이 존재해 신속성이 떨어지나 실제 시장 상황을 반영하는 아파트 실거래 가격 지수를 확인하면 명확하게 드러난다. 2013년 1월 수도권 아파트 실거래 가격 지수는 12개월 만에 상승했으나 중대형 아파트는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4ㆍ1 부동산 대책의 효과 등을 고려할 때 중소형을 중심으로 수도권 아파트의 가격 안정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수도권 중대형 아파트 시장 상황은 다르다. 중대형(85~135㎡ 이하) 아파트는 최고점(2008년 5월) 대비 17.1% 하락했고 대형(135㎡ 초과) 아파트는 최고점이던 2007년 1월 대비 29.2% 하락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중소형 아파트와 달리 중대형 아파트의 낙폭이 오히려 확대되는 양상이다.
셋째, 중대형 주택의 분양시기 연기 및 물량의 누적이다. 2013년 분양 예정 물량은 호황기를 넘어서는 수준으로 집계되나 분양 시기 및 규모를 정하지 못한 물량이 절반에 달해 실적은 크게 미치지 못할 것이다. 이렇게 집계치와 실적치의 극심한 차이는 분양 시기를 정하지 못하고 지연시킨 물량이 누적되어 있기 때문이다. 분양 시기를 지연시킨 물량의 다수가 중대형이며, 4ㆍ1 부동산 대책 이후 분양 시기 지연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또한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의 주요한 원인이 호황기 때 매입한 중대형 중심의 택지인 점을 고려하면 PF 부실 처리를 더욱 어렵게 할 것이다.
넷째, 중대형 아파트가 주택 금융 부실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3년간 수도권에서 분양된 물량 중 중대형 물량 비중은 17.6%에 이른다. 특히 주택 경기의 침체가 극심한 경기 수원시, 용인시, 김포시, 남양주시, 화성시, 파주시, 인천 연수구에서 최근 3년 동안 각각 2000가구 이상의 중대형 물량이 분양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3년 2월 집단 대출 연체율은 1.99%까지 상승하여 조사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였다. 결국 시장침체가 극심한 수도권 외곽 지역의 중대형 물량이 집단 대출 연체율을 주도했을 개연성이 상당히 높다.
지금 우리는 긴 침체의 끝에 수도권 주택시장의 회복을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다. 회복의 징조는 소형 주택시장이 아니라 수도권 주택시장 지표상품인 중대형 주택시장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다. 수도권 중대형 주택시장을 위한 정책적 지원을 기대한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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