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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안녕, 체'..'체 게바라'의 두번째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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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Book]'안녕, 체'..'체 게바라'의 두번째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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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의 불꽃이 사그라지고, 다시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긴 상실의 시대가 왔다고 느꼈을 때, 다시 꿈과 이상을 위해 나의 영혼이 훨훨 타오르지 못할 것이라는 자괴감에 빠져 있을 때 체 게바라는 슬며시 내게 다가왔어. 그의 육체적인 삶은 1967년 가을 볼리비아의 황량한 고원에서 끝났지만 그의 영혼은 죽지 않았어. 그가 제3세계 억압받는 민중을 위해 모든 영예를 버리고 아프리카로, 다시 남미로 달려갈 때처럼 싱싱하게 살아서 제풀에 주저앉은 나약한 나에게 손을 내밀었어. 쿠바로 가고 싶었던 마음의 절반은 오직 그를 만나고 싶어서야." <4부, ‘체 게바라를 만나다’ 중에서>
"시거 한 대를 피워 물었어. 쿠바인의 핏줄을 따라 흐르는 뜨거운 본능이 내 몸에서도 꿈틀거리게 하고 싶었어. 탈색된 시거의 연기가 바람에 실려 파란 하늘로 흩어져. 귓불을 핥는 부드러운 바람의 속삭임에 취해 다시 몸 속 깊은 곳으로 시거의 향기를 빨아들이다가 방파제에 가만히 몸을 뉘었어. 눈물 나게 파란 하늘이 내 눈 가득 들어와. 눈을 감았어. 방파제 벽을 때리는 파도 소리가 내 영혼까지 홀딱 적셔 놓고는 저만치 멀어져 가. 어디선가 사내 하나가 걸어와. 금빛으로 빛나는 별을 단 베레모를 쓰고, 예수처럼 수염을 기른, 저 먼 이상을 향해 그윽한 눈길을 주고 있는 사내, 체 게바라. 내 영혼의 등대였던 그에게도 이젠, 작별을 고할 시간이야. 안녕, 체!" <5부, ‘영혼의 순례자’ 중에서>

여행가 김산환의 신작 '안녕, 체'는 편지글 형식의 여행 에세이다. 저자는 라틴 아메리카와 쿠바에 대해 친구 혹은 연인에게 이야기 하듯히 여행지에서의 감상을 들려준다. 그래서 독자는 가상의 동행자가 된다. 낯선 여행지가 낯설지 않게 다가오는 이유다.

쿠바를 여행하면서도 내용의 가장 큰 부피는 '체 게바라'다. 체 게바라는 젊은 시절 자신의 운명을 바꿔놓는 두번의 여행을 한다. 영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로 잘 알려진 첫번째 여행과는 달리 두 번째 여정은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
'안녕 체'는 바로 체게바라의 두번째 여행을 좇아 떠난 이야기다. 즉 중미 과테말라에서 멕시코를 거쳐 쿠바까지, 일명 '체 게바라 루트'를 따라가며 만난 사람과 풍경에 관한 기록이다.

체 게바라는 두 번에 걸친 라틴 아메리카 여행을 통해 혁명가로 거듭난다. 낡은 오토바이를 타고 떠난 6개월간의 남미 여행은 영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로 만들어질 만큼 널리 알려졌다. 그러나 1년 뒤 다시 떠난 두 번째 여정을 시작한다. 1953년 12월 과테말라에서 시작해 멕시코를 거쳐 1956년 11월 쿠바 혁명을 위해 그란마 호를 타고 출정하기까지, 약 4년간의 여정도 첫 번째 여행 못지않게 드라마틱하다.

체 게바라는 과테말라에서 첫 번째 아내가 될 일다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멕시코시티에서는 피델 카스트로와 운명적으로 만나 쿠바 혁명의 길에 동참한다. 일다와 신혼여행을 떠난 멕시코 유카탄 반도에서는 1000년 전 홀연히 사라진 신비로운 마야문명에 심취한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찾아 온 쿠바 원정길. 체 게바라는 82명의 몽상가들과 함께 쿠바로 건너가 2년 뒤 라틴 아메리카에서 최초의 사회주의 혁명을 성공시킨다.

'안녕, 체'는 저자가 4개월에 걸쳐 과테말라에서 멕시코를 거쳐 쿠바까지, 체 게바라가 걸었던 드라마틱한 여정을 따라 가며 체 게바라의 환희와 영광의 순간을 확인하는 로드다큐 스타일의 여행 에세이다. 이 책은 '라틴홀릭'으로 출간된 바 있지만 원고를 새롭게 쓰고, 책의 구성을 완전히 다르게 해 전혀 다른 느낌의 여행 에세이로 태어났다.

<'안녕, 체'/김산환 지음/꿈의 지도 출간/값 1만4000원>



이규성 기자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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