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냉소를 냉소하는 것
싫으면 떠날 수 있다. 학교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떠날 수 있다. 직장 상사가 싫으면 회사를 떠날 수 있다. 심지어 조강지처도 싫어지면 떠날 수 있다. 하지만 이 나라, 대한민국은 어떤가. 싫다고 떠날 수 있나. 평생 등지고 사는 방법은 딱 하나다. 이민. 너무 싫지만 떠날 수 없다면 방법은 하나다. '절'을 고쳐야 한다. '중'이 절을 고쳐야 한다. 고쳐서 싫지 않게 만들어 '살아야' 한다.
'다섯 발짝의 절망'에 막혀 삶을 접어야 했던 사람도 있다. 입에 문 펜으로 휴대전화 자판을 눌러 화재 신고를 하고, 리모컨을 입으로 조작해 현관문을 열었지만 다섯 발짝도 안 되는 현관은 그에게 너무 멀었다. 다른 중들에겐 '저만치'인 다섯 발짝은 뇌병변장애 1급 판정을 받은 김주영씨에겐 안드로메다보다 멀었다.
한바탕 난리가 나긴했다. 하지만 곧 잠잠해졌다. 다섯 발짝을 내딛지 못한 이 사람을 세상은 지워버렸다. 내 일이 아니니까, 우리 가족이 아니니까 그렇게 서로 애써 자조하고 위로했다. 우리는 이렇게 세계 최고의 자살률 속에 살고 있다. 어찌 이런 일이 남의 일이고, 강 건너 불에 불과한가. 정말 '나만 아니면 되나.' 이렇게 잊고 지워버려도 되는 일인가.
절을 고쳐야 한다. 나만 걸리면 어떻게 할 건가. "억울하면 출세해라"라는 그 지긋지긋한 말에 또 상처 받을 텐가. 사실 그놈이 그놈일 수 있다. 또 다시 속을 수 있다. 그럼에도 투표해야 한다. 정치권력(절)은 원하든 않든 우리(중) 일상을 철두철미하게 지배한다. 지난 5년이 반면교사다. 그간 내 삶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이 웃었나. 행복했나. 지금 우리에게 간절히 필요한 것은 냉소를 냉소하는 자세다. 피를 먹고 자란다는 민주주의에 피 대신 '짱돌'을 선물해 '바꿔야' 한다. 참여와 대의만이 절을 바꿀 수 있다. 그러므로 투표하자. 꼭 하자.
김종일 기자 livew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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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직장 잃을 위기에 놓였다…한국 삼킨 초저...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