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수한 사회 구성원들의 욕망을 수용하고 정치인 자신의 욕망으로 다시 한 번 걸러낸 뒤 그 중 최대한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면에서 정치는 끝없는 딜레마의 영역이다. 어떠한 이익도 상충될 수 있지만 누구도 쉽사리 양보하지 않기 때문에 미세한 차이는 큰 균열을 낳고 과거의 판단은 현재의 자신에게 부메랑처럼 돌아온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출마 여부에 국민들의 관심을 상당 부분 빼앗기고 있는 상황에서도 민주통합당(이하 민주당) 대선후보 결정을 위한 경선 첫 번째 TV토론이 선방했다면 이러한 정치의 속성을 찬찬히 드러낸 덕분일 것이다.
그래서 모병제 추진과 북방경제(김두관), 비정규직 문제 해결(문재인) 등 후보들의 대표 공약은 “북한에 대한 너무 순진한 발상 아닌가”, “기업과 단체의 비협조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등 날카로운 질문 앞에 허점을 보였고,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슬로건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던 손학규 후보는 과거 “귀족 노조” 발언에 대한 강력한 추궁에 “잘못한 표현”이라고 사과를 해야 했다. “어느 후보가 어느 후보를 좋아하는지 살짝 엿볼 수 있다”(사회자 정관용 교수)의 말대로 非文 후보 3인의 문재인 후보에 대한 견제가 “민주당에 대한 기여도가 없다는 일반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정세균)는 발언으로 이어지며 당내 구도를 뚜렷하게 보여주었다는 점도 흥미롭다. 무엇보다 김종배 시사평론가와 곽동수 교수 등 풍부한 자료를 바탕으로 한 패널들의 비판적 질문은 각 후보가 살아온 삶의 궤적과 지향하는 가치, 그리고 그 깊이를 효과적으로 벗겨내며 긴장감을 조성했다. 남은 두 차례의 경선토론이 선거 패배와 무기력에 물들어 있던 민주당을 수렁에서 건져낼 기회로 기대되는 이유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