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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마음 두드리는 음악 선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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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살롱, 이충한·전일주

<사진 스튜디오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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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방안. 한 소년이 웅크리고 있다. 누구도 노크하지 않고, 스스로 문을 열고 나오지도 않는다. 세상과 단절된 그곳에서 소년은 하염없는 시간을 보낸다. 어느 날 문틈 사이로 멜로디가 파고든다. 선율에 이끌린 소년이 문고리를 돌린다.

학교를 떠난 아이들, 갈 곳 몰라 은거하는 이들에게 “같이 놀자”고 손 내미는 이가 있다. 이름은 ‘유자살롱’. 유자살롱은 이충한(37), 전일주(31) 대표가 함께 운영하는 직원 수 6명의 작은 기업이다. 영등포 ‘하자센터’ 3층에 있는 자그마한 방 세 개가 이들이 가진 공간의 전부. 두 젊은이는 그곳에서 소외된 청소년들에게 음악을 가르치고, 함께 연주도 한다.
이·전 대표는 어릴 때부터 음악이 좋았다. 음악을 가장 친한 친구로 삼았던 탓인지 다른 친구는 별로 없었다. 공부는 썩 잘했다. 졸업 후에는 번듯한 직장도 가졌었다. 모 대기업에서 2년 간 근무했던 이 대표는 “음악을 할 때는 편하고 즐거운데 사무실에서는 왠지 외계인이 된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두 사람은 사회학과 선후배 사이였지만 학교 다닐 때는 서로를 몰랐다. 그러나 만날 사람은 언젠가 만난다고 했던가. 둘은 만났다.

음악이 좋은 두 청년. 그리고 소년들의 감수성. 준비물은 이 정도였다. 우선은 청소년들을 집 밖으로 끌어내는 게 급선무였다. 사회와의 연결고리로 기타줄과 피아노건반을 집어 들었지만 마음에 벽을 쌓아두고 있는 청소년들을 불러낸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꼭꼭 숨은 아이들을 찾기가 힘들었어요.
그런데 적으면 적은 대로 해보자 했죠.” 교육 기간은 3개월로 잡았다. 기수 당 참여인원은 약 10명. 교육이 끝날 즈음에는 다 같이 공연한다. 매주 금요일은 ‘특별활동’도 한다. 센터를 벗어나 영화보기, 소풍, 운동 등 소소한 일상을 통해 잠자고 있는 감각들을 깨워준다. 아이들이 일상생활에 점차 익숙해지면 그림 그리기와 같은 ‘보조활동’을 통해 또 다른 재미를 부여해 준다.

사업을 시작한 지 2년여. 지금까지 이들이 만난 아이들은 총 35명으로 많은 수는 아니다. 그렇지만 일부는 대학 진학도 하는 등 사회와 물꼬를 텄단다. “그렇다고 저희를 ‘치유사’로 보면 곤란해요. 일단 외톨이 청소년들은 치유의 대상이 아니에요. 단지 조금 민감할 뿐이죠. 주어진 상황에 몸을 움츠린 예민한 이들에게 일종의 ‘면역력’을 키워주고 싶어요.” 전 대표가 말했다.

현재 후원자 100명이 소액기부를 통해 이 프로젝트를 후원하고 있고, 소정의 수강료를 받기도 한다. 한데 흑자를 낼 정도는 아니란다. “수익모델이요? 사실 돈을 버는 프로그램은 따로 갖추고 있어요.” 이대표가 말을 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애써 돈 벌지 않으려고요. 어찌 보면 잠재가치가 충분한 청소년들을 사회에 환원시키는 것, 이게 더 큰 경제활동 아닌가요. 당분간은 여기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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