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은 김 씨에게 "인천시 재정위기 때문에 서명운동하는 거니까 거기에 어머니 이름 쓰시고 아드님 있으니까 같이 쓰고 둘 다 서명하시면 돼요"라고 권했다. 김 씨에게 인천시 재정이 위기란 말도 서명운동을 한다는 것도 금시초문이었다. 김씨는 통장에게 "무슨 서명을 한다고요?"라고 물었다. 통장은 "좋은 일 하는 거니까 걱정하지 마시고 그냥 서명해 주시면 돼요"라고 대답했다.
'인천시 재정위기 비상대책 범시민협의회'가 인천 시민들의 뜻을 모은다며 지난 달 말부터 벌이고 있는 '인천시민 200만 서명운동'이 불필요한 오해를 낳고 있다. 범시민협의회는 진보와 보수를 총 망라해 인천의 160개 시민단체가 만든 자발적 연합체다.
그러나 범시민협의회가 서명운동에 나선 자원봉사자들을 충분한 소양교육 없이 현장에 보내면서 '관제동원' 논란이 빚어지는 상황이다. 김 씨와 같은 단지에 사는 주민 2~3명도 아파트 통장으로부터 비슷한 식으로 서명을 권유 받았다. 또 다른 주민 정모 씨(49)는 "시민단체들이 순수한 의도로 하는 서명운동이라고 들었는데 이렇게 목표치를 정해놓고 무리하게 할 필요까지 있나 싶어 서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인천시 통장 연합회는 "일부 통장들이 부적절한 방법으로 서명을 받은데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인천 143개 지역에서 서명운동을 진행 중인 각 협의회 대표자들을 불러 오는 18일 이번 운동에 대한 전반적인 소양교육을 하겠다"고 해명했다.
지난 달 28일 출범한 범시민협의회는 시의 재정난으로 차질이 빚어진 2014 인천아시안게임과 인천지하철 2호선 건설 등에 대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노승환 기자 todif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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