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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조선도...일본도...타향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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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 우리에게도 '제국'의 역사가 있다. 1897년 10월 12일부터 1910년 8월 29일까지 지속됐던 '대한제국'이다. 명성왕후가 시해된 뒤 위협을 느낀 고종은 1896년 러시아 대사관으로 피신한다. 한 나라의 왕이 다른 국가의 대사관에 몸을 의탁해야 했던 '아관파천'은 당시 조선의 위태로운 상황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1년 만에 경운궁으로 환궁한 고종과 관료들은 1897년 국호를 '대한제국'으로 고치고 고종 자신은 황제의 지위에 오른다. 조선의 자주권을 천명하는 동시에 일본과 중국의 그늘에서 벗어나 서구 사회를 지향하려는 몸부림이었다. 이 대한제국의 운명을 온 몸으로 받아낸 인물이 고종의 일곱째 아들 이은이다.
소설가이자 사학자 송우혜가 '마지막 황태자' 제 4권인 '평민이 된 왕 이은의 천하'를 펴냈다. 대한제국의 황태자였던 이은을 중심으로 당시의 역사를 탐구하는 '마지막 황태자' 시리즈를 마무리하는 책이다.

이은은 고종과 엄비 사이에서 태어나 1907년 황태자에 책봉되자마자 11세의 나이로 이토 히로부미의 손에 끌려 일본 유학길에 오른다. 조선 황족도 일본 황족의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구실로 이뤄진 유학은 사실상 이은을 '인질'로 붙잡아두려는 일본의 시도였다.

이은은 일본에서 육군 사관학교와 육군 대학을 졸업하고 일본 육군 중위가 된다. 그 사이 조선은 일본에 병합되었고 대한제국은 아프게 요동치다 스러졌다. 대한제국의 역사는 그렇게 끝났다. 이은 역시 황세자에서 왕세제로, 순종 승하 이후에는 허울뿐인 이왕(李王)으로 자신의 의지와 달리 '칭호'를 달리해갔다.
1920년 4월 28일 이은과 이방자의 결혼 기념사진. 이은은 일본 육군 중위의 예복 정장을 입고 이방자는 서양식 대례복을 입었다. 일본식도 조선식도 아닌 서양식 예복을 착용하게 한 것은 조선인들의 반발을 감안한 조치였다.

1920년 4월 28일 이은과 이방자의 결혼 기념사진. 이은은 일본 육군 중위의 예복 정장을 입고 이방자는 서양식 대례복을 입었다. 일본식도 조선식도 아닌 서양식 예복을 착용하게 한 것은 조선인들의 반발을 감안한 조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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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민이 된 왕 이은의 천하'는 이은과 일본 황족 마사코의 결혼으로 시작해 부부가 광복 후 한국으로 돌아와 '평민'으로 살아가는 삶을 다루고 있다. 특징은 역사책이 아니라 소설에 가까운 접근 방식을 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조선과 일본의 황족이 서양식 예복을 입고 치르는 애매한 결혼식부터 드라마처럼 그려낸다. 우리 역사에서 가장 격동기였던 시기인 만큼, 이런 방식은 역사를 더욱 생생하게 조망해낸다. 일반적인 짐작과 달리 철저히 일본식 교육을 받고 거기에 순응했던 덕혜옹주 등 여러 극적인 '등장인물'들이 교차되며 드라마를 더욱 풍성하게 키운다.
자료 조사에 바탕해 이은의 다양한 일화를 소개하며 지금까지의 인식을 바꿔 놓는 것도 이 책의 장점이다. 이은이 '집안에서도 늘 군복을 입을 정도로' 충성스러운 '일본의 군인'이었으며, 광복을 맞이해 조선의 향방보다 자신의 풍요로운 삶이 보장될지의 여부에 관심이 더 많았다는 사실은 호기심을 자극하는 동시에 놀랍다. 이은과 '이방자'라는 한국 이름을 얻은 마사코가 광복 이후 귀국하려고 하자 국내에서 벌어지는 정치 세력간의 갈등도 한국의 근현대사를 이해하는 데 또 다른 기회를 제공한다.



김수진 기자 s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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