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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칼럼]300인의 민생戰士 선발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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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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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열기가 달아올랐다. 길거리 현수막이 요란하다. 로고송이 귀를 때린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망도 뜨겁다. 빨강 점퍼든, 노랑 점퍼든 내세우는 게 민생이다. 여야 정당과 후보들 말대로라면 이 땅에 곧 '300인의 민생전사'(民生戰士)가 탄생한다.

'300인의 전사' 하면 100만 페르시아군에 맞서 싸운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 스파르타의 전사가 떠오른다. 기원전 480년 스파르타의 왕 레오니다스는 페르시아제국 대군이 쳐들어오자 300명의 전사와 함께 싸우다 최후를 맞았다. 이들의 나라사랑과 용맹스러움은 2007년 헐리우드 영화 '300'으로 재현됐다.
국내에서도 300인의 전사 논란이 있었다. 지난해 6월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취임 일성으로 직원들에게 레오니다스가 이끌던 300명의 전사처럼 복지 포퓰리즘에 맞서자고 했다. 외신기자들에게는 "포크배럴(돼지 여물통)에 맞서 재정 건전성을 지키겠다"고 했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쏟아질 정치권의 선심성 공약에 맞서 나라곳간을 잘 지키자는 뜻이었다.

박재완 장관의 선전포고 대상은 18대 국회. 결과는 기획재정부 패배였다. 여야 정치권은 영ㆍ유아 무상보육 확대 등 기습전도 불사했다. 지난해 마지막 날 예산안을 통과시키면서 정부와 협의도 없이 0~2세 보육비 지원을 소득하위 70%에서 전 계층으로 확대했다. 필요한 예산 7000억원 중 절반을 지방자치단체에 떠넘겼다. 이미 정부 시책 소득하위 70%에 맞춰 예산을 짠 지자체들이 재정이 펑크 난다며 엊그제 두 손을 들었다.

18대 의원 299명도 4년 전 선거 때는 지금처럼 민생 최우선 구호를 내세웠다. 하지만 당선된 뒤 약속과 달리 민생 현안을 외면한 채 태업과 파업, 폭력에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했다. 국민이 원하는 가정상비약 슈퍼마켓 판매를 허용하는 약사법 개정안은 몰라라 하면서 의원 수를 한 명 더 늘리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국회 의석수를 300으로 만들었다.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의원 1인당 월평균 세비는 1149만원, 유류지원비 등 의원실 지원경비(보좌관 월급 제외)가 1182만원이다. 둘을 합친 금액(2331만원)을 일당으로 계산하면 약 80만원. 월급이 그 정도라서 '88만원 세대'로 불리는 20대 비정규직들로선 눈이 휘둥그레진다.

어디 그뿐인가. 이번 총선에서 후보 1인당 평균 선거비용 제한액은 1억9200만원. 당락에 관계없이 15% 이상 득표하면 선거비용 전부를, 득표율 10% 이상이면 50%가 국고에서 지원된다. 18대 총선 당시 선거비용 보전 예산이 598억원. 19대 총선의 선거비용 보전액은 이보다 훨씬 많다. 이 돈이 다 어디서 나오나. 전부 우리 세금이다.

얼마 전 '지하철 담배녀' 동영상이 인터넷을 달궜다. 다들 몰라라 하면 지하철은 담배녀ㆍ맥주녀ㆍ쩍벌남 등으로 가득 찬다. 정당도, 후보자도 다 꼴 보기 싫다며 투표장에 가지 않으면 여의도에 막말ㆍ철새ㆍ몰상식ㆍ무개념 후보가 대거 입성한다.

담배녀ㆍ막말녀로 시끄럽던 인터넷이 몸이 불편한 할머니를 정성스레 보살피는 '1호선 따뜻녀'로 잠잠해졌다. 결정적인 한 방은 '명동 마라톤녀'가 날렸다. 시민이 마주 보며 달려야 작동되는 두 대의 러닝머신이 등장했다. 학생, 군인, 직장인 등이 번갈아 함께 뛴 결과 마라톤녀는 42.195㎞를 완주했다. 동영상이 꿈나무 마라토너들을 응원했듯 선거는 참된 민의 대변자를 가려내 충원하는 마당이어야 한다.

투표는 시작됐다. 사상 첫 재외국민 투표에 이어 5~6일은 부재자 투표일이다. 제대로 된 민생전사가 뽑힐지, 표를 노린 선심성 사업과 이권이나 챙기는 포크배럴 수준의 인물이 뽑힐지는 우리 손에 달렸다.



양재찬 논설실장 jay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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