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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철의 인사이드스포츠]'한국인' 공샹찡이 주목받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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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는 북한과 일본의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C조 경기가 벌어졌다. 1990년 10월 평양과 서울을 오가며 열린 ‘남북통일축구경기’ 때 한국 축구 팬들에게 얼굴을 알린 윤정수 감독이 이끈 북한은 22년 만에 평양을 방문한 일본을 1-0으로 꺾고 최종 예선 진출에 실패한 씁쓸한 기분을 어느 정도 풀었다.

기미가요가 나올 때 북한 관중들이 야유를 하는가 하면 오랜만에 보는 일사분란한 카드섹션 응원 등 이런저런 얘기들이 많았지만 북한 관중의 눈으로 본다면 후반 32분 마에다 료이치와 교체돼 그라운드에 나선 ‘서양 선수’가 최고의 화젯거리가 아니었을까.
인터넷조차 통제된 극도로 제한된 그들만의 세계에서 살고 있는 북한인들에게 외국인은 여전히 낯설다. 게다가 ‘적국’인 일본 선수 가운데 머리 색깔이 노란 서양 선수가 뛰고 있었으니 얼마나 신기했을까. 주인공은 네덜란드 출신 귀화 공격수 마이크 하베나르다. 하베나르는 부모가 모두 네덜란드인이다. 아버지 디도 하베나르가 일본 실업 축구 마쓰다 SC 코치 겸 선수로 활약하던 1987년 히로시마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일본 대표팀과 일본 프로 축구 J리그 요코하마 마리노스를 거쳐 나고야 그램퍼스 골키퍼 코치로 활동하고 있다. 어머니는 육상 7종 경기 네덜란드 선수권자이다. 하베나르 가족은 1994년 일본으로 귀화했다.

일본은 1990년대 초반 라모스, 1990년대 후반 로페스, 2000년대 산토스 등이 축구 국가 대표팀의 주력으로 뛰었기 때문에 한국 팬들에게는 귀화 선수들이 전혀 낯설지 않다. 아직 축구대표팀에는 없지만 한국도 최근 몇 년 사이 귀화 선수들이 태극 마크를 다는 사례가 늘고 있다. 탁구에서 곽방방, 당예서, 석하정 등 중국 출신 귀화 선수들이 국가 대표로 국제무대에서 한국 선수로 뛰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한국의 대표적인 강세 종목인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에서 귀화 선수가 나왔다. 대만계 화교 3세인 여자 쇼트트랙 단거리 유망주 공샹찡(15·서울 월촌중)이 주인공이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상비군인 공샹찡은 지난 16일 법무부 국적심의위원회에서 체육 분야 우수 인재로 뽑혀 특별 귀화 허가를 받았다.

공샹찡은 중학교 2학년이던 지난해 12월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 국가 대표 선발전에서 고등학생들을 제치고 주니어 대표로 선발돼 주위를 놀라게 했다. 그러나 국적 문제 때문에 이 대회에 나가지 못했다. 공샹찡은 할아버지 세대가 한국으로 이주했고 부모 모두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공샹찡도 이는 마찬가지다. 핏줄을 따질 이유 없이 사실상 한국인이다.

공샹찡이 주목을 받는 까닭은 국적적인 문제 때문은 아니다. 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취약 종목인 500m에 강한 이유가 더 크다. 세계적인 쇼트트랙 강국인 한국은 남녀 모두 스타트와 힘에서 뒤지며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 등 국제 대회 단거리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올림픽 여자부 500m의 경우 1992년 알베르빌 대회와 1994년 릴레함메르 대회에서는 미국의 캐시 터너, 1998년 나가노 대회에서는 캐나다의 애니 페롤트,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에서는 중국의 양양A, 2006년 토리노 대회와 2010년 밴쿠버 대회에서는 중국의 왕멍이 금메달을 차지했다.

같은 종목의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1990년대 중반 이후 중국 선수들의 독무대다. 양양A는 1997년 나가노, 1999년 소피아, 2002년 몬트리올, 2003년 바르샤바, 2005년 베이징 대회에서 금메달 레이스를 펼쳤다. 왕멍은 2004년 예테보리, 2006년 미니애폴리스, 2008년 강릉, 2009년 비엔나, 2010년 소피아 대회에서 금메달을 휩쓸었다. 한국 선수의 이름은 눈을 씻고 봐도 없다.

공샹찡은 “스타트만큼은 자신이 있다. 국가 대표로 뽑혀서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에 출전해 꼭 메달을 따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한국 여자 쇼트트랙이 넘지 못했던 벽인 양양A는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500m와 1000m 금메달 그리고 3000m 릴레이 은메달, 1998년 나가노 동계 올림픽 3000m 릴레이 은메달, 2006년 토리노 동계 올림픽 1000m 동메달 등 화려한 선수 생활을 마친 뒤 정부 차원의 지원에 힘입어 지난해 중국 본토인으로는 네 번째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 됐다. 지난 7월 더반 IOC 총회 때 그는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 결정을 위한 투표에서 한 표를 행사했다.

선배들이 이루지 못한 일을 ‘한국인’ 공샹찡이 해내고 훗날 그가 양양A보다 훌륭한 국제 스포츠 인재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신명철 스포츠 칼럼니스트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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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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