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월2일 결정될 유로 2012의 조편성에 축구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스페인 대표팀 선수들이 유로 2008 우승을 차지한 후 환호하는 모습.[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유럽선수권(이하 유로) 역대 최강의 '죽음의 조'가 탄생할까? 현지시각 12월 2일 이뤄질 유로 2012의 조편성이 잘하면 그것을 가능케 할는지도 모르겠다.
축구사가들에 따라 다소간 시각 차이가 존재할 수는 있겠으나 만약 이번 조편성에서 스페인-독일-포르투갈-프랑스의 조가 형성된다면 이는 유로 역사상 가장 강력한 죽음의 조이거나 혹은 적어도 그러한 몇몇 후보들 가운데 하나다. 10월 15일자 <축구세상>에서도 언급했듯 스페인과 독일은 작금의 세계 축구를 리드하는 팀들임에 틀림이 없으며, 별 일이 없는 한 내년 유로에서도 가장 높은 우승확률을 부여받을 두 팀이다. 여기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앞세우는 포르투갈, 최근 17경기에서 11승 6무를 기록 중인 로랑 블랑의 프랑스가 가세하게 되면 이 조는 흔한 말로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어진다. 물론 현재로선 포르투갈과 프랑스가 스페인, 독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점이 더 많아 보이기는 하더라도 말이다.
조별리그 단계에서부터 험난한 시험대에 오르는 팀들에겐 실로 고역이 아닐 수 없지만, 실상 축구 대회에 있어 '거물급 죽음의 조'는 어쩌면 필수불가결한 요소이기도 하다. 대회의 흥미와 긴장감을 고조시킴에 있어 이만한 것도 없는 까닭이다. 물론 이는 유로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실상 '죽음의 조'라는 표현을 본격적으로 유행시킨 출발점은 1986 월드컵의 서독, 우루과이, 덴마크, 스코틀랜드로 이뤄진 조였다. 칼 하인츠 루메니게가 30줄을 넘기기는 했으나 서독은 여전히 당대의 강호였고 엔조 프란세스콜리가 이끄는 우루과이는 코파 아메리카를 제패한 팀이었다. 미카엘 라우드럽, 프레벤 엘캬르 라르센이 포진한 덴마크는 '다이너마이트'라 일컬어지던 전성기였으며, 조크 스틴의 타계로 알렉스 퍼거슨이 지휘봉을 잡은 스코틀랜드는 요즈음의 스코틀랜드와는 달리 당시로선 월드컵 본선의 단골손님이었다.
월드컵 역사의 강력한 죽음의 조는 더 있다. 축구종가의 탈락을 몰고 왔던 1958 월드컵의 브라질-잉글랜드-소비에트 연방-오스트리아, 미셸 플라티니의 첫 번째 월드컵 실패로 기록될 1978 월드컵의 아르헨티나-이탈리아-프랑스-헝가리,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한 2002 월드컵의 아르헨티나-잉글랜드-스웨덴-나이지리아 등이 그러한 사례들일 것이다.
'죽음의 조'의 흥미 고조 효과는 클럽 축구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예를 들어 1998-99 시즌의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는 바이에른 뮌헨(이하 바이에른), 바르셀로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그리고 덴마크의 브뢴비가 한 조를 구성했던 역사가 있다. 무려 44골이 터져 나오며 공격력의 진수를 선보인 이 죽음의 조야말로 챔피언스리그 인기몰이에 크게 이바지한 대표적 사례다. 이 죽음의 조에서 결국 히바우두, 루이스 피구가 포진한 바르셀로나가 탈락의 운명을 맞이하게 됐는데, 따라서 그들은 후일 자신들의 홈에서 바이에른과 맨유가 펼치는 결승전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바이에른과 맨체스터 시티, 나폴리와 비야레알이 구성한 조가 조별리그 개시 이전부터 많은 관심을 증폭시켰다. 비야레알의 힘이 확연히 떨어지며 일찌감치 뒤처진 것이 다소간 아쉽기는 하더라도, 거부 클럽의 대표 격인 맨체스터 시티와 마라도나의 추억이 깃든 나폴리가 벌이게 될 한 판은 조별리그 후반부 가장 흥미진진한 승부들 중 하나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한준희 KBS 축구해설위원·아주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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