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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고용 대박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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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요즘 과천에서 '대박'은 금기어가 됐다. 민심과 먼 "고용 대박" 발언으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곤욕을 치른 이후부터다. 관료들의 대화는 더욱 조심스럽고 심심해졌다. 섣부른 레토릭(수사)이 시빗거리를 주었다면 이것도 설화(舌禍)아닌 설화인 셈이다.

그렇다면 왜 박 장관은 이렇게 여론의 뭇매를 맞았을까. 고용 지표에 대한 박 장관의 품평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고용률이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한 6월 지표가 나왔을 때 박 장관은 "즐거운 서프라이즈"라고 했다. 1년 5개월만에 취업자 수가 가장 많이 늘었던 8월에도 "빅 서프라이즈" 발언이 나왔지만, 분위기가 이렇지는 않았다.
그런데 왜 이번엔 박 장관의 발언이 공분을 샀을까. 그건 경제학이 이미 정치학이자 사회학으로 간판을 바꿔달았기 때문이다. 경제학으로 읽는 통계라면, 박 장관식 해석이 틀리지 않다. 지난달엔 9년만에 실업률이 2%대로 떨어지고, 새로 일자리 얻은 사람이 50만명도 넘게 늘었다. 말 그대로 '대박'이다.

그런데 정치학적으로 보면 '고용 대박'은 정권말 대표적인 MB맨이 써선 안 될 표현이었다. 10ㆍ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을 선택한 '민심'을 박 장관이 놓쳤다는 얘기다. 안철수 열풍을 이끄는 민심의 향배에 무심했는지도 모른다. 주르륵 미끄러지는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을 숫자로 읽어선 안 될 일이었다.

박 장관의 '대박' 발언이 민심을 건드린 건, 통계 뒤의 아우성을 읽지 못한 탓이다. 일하고 싶은 아들은 놀고, 쉬고 싶은 아버지가 일터로 내몰린다. 대박을 이룬 50만개의 일자리는 병들어 있다. 1대 9로 나뉜 사회에서 민심은, 1의 눈으로 통계를 읽는 박 장관에게 분노한 셈이다.
'그럼 통계를 객관적인 숫자 대신 정치공학으로 읽으란 건가?' 박 장관은 이렇게 반박하고 싶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통계(Statistics)의 어원이 라틴어의 국가(Status)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어쩌면 통계는 본래부터 정치의 다른 이름 아닐까. 박 장관에 대한 '위로'가 됐는지 모르겠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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