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미국 애플컴퓨터는 24일(현지시간) 창업주인 스티브 잡스 최고경영자(CEO)가 일상 경영업무에서 즉각 손떼고 후선으로 물러난다며 후임으로 팀 쿡(50)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선임됐다고 발표했다. 잡스는 CEO직에서 물러나지만 이사회 의장직은 유지한다.
애플은 "이사회에서 쿡 COO가 차기 CEO에 가장 적합한 인물로 평가 받았다"고 밝혔다. 잡스 CEO는 지난 2009년 간 이식 치료로 휴직하면서 쿡 COO에게 직무 대행을 부탁한 바 있다.
앨라배마주 출신인 쿡은 남 앞에 나서길 꺼리는 성격으로 현지 오번 대학에서 엔지니어링을 전공했다. 일벌레인 쿡이 일 외에 관심 갖고 있는 것은 사이클링이다.
쿡이 잡스의 뒤를 이을 경우 애플은 향후 수년 간 안정적으로 굴러가리라는 게 주변인들의 판단이다. 그가 지난 수년 동안 애플 경영에서 매우 비중 있는 역할을 담당해왔기 때문이다.
쿡은 제조 부문에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됐다. 그는 세계 곳곳의 애플 공장 및 창고를 폐쇄하고 하청업체들과 손잡았다. 그 결과 애플의 재고는 월(月) 단위에서 일(日) 단위로 대폭 줄었다.
쿡은 지금도 재고를 '기업의 근원적인 악'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컴퓨터 메이커도 유통 기한이 있는 우유 제조업체처럼 경영해야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애플은 쿡 덕에 끊임없이 기적을 연출할 수 있었다. 아이폰·아이팟·아이맥·맥북 등 혁신적인 제품들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 세계 전역의 매장에서 같은 날 선보이곤 한다. 이는 쿡이 제품 생산 및 유통 체계를 혁신한 결과다.
매출액이익률을 높게 유지하는 기본 방법은 두 가지다. 제품 가격을 높게 책정하거나 비용을 줄이는 것이다. 하지만 쿡은 이를 동시에 적용한다. 빼어난 마케팅과 디자인으로 소비자들로 하여금 애플 제품을 프리미엄 가격에 사지 않으면 못 배기게 만드는 것이다.
쿡의 경영기법으로 애플이 비용을 능히 통제할 수 있게 됐다는 데 이견은 없다. 애플은 '현금을 찍어내는 기계'인 셈이다. 부채 한 푼 없는 애플이 현재 확보한 현금은 760억 달러(약 82조2000억 원)에 이른다.
이진수 기자 comm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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