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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로 숙원 푼 장세주, 집념의 승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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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대회장 뜻 이어 사업 계획 10년만에 브라질에 고로제철소 건설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왼쪽)과 시드 고메즈 브라질 세아라주 주지사가 지난 10일(현지시간) CSP 제철소 부지 조성 본공사 착공식 전야 만찬에서 고로 제철소 건설에 대한 상호협력을 다짐하며 악수하고 있다.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왼쪽)과 시드 고메즈 브라질 세아라주 주지사가 지난 10일(현지시간) CSP 제철소 부지 조성 본공사 착공식 전야 만찬에서 고로 제철소 건설에 대한 상호협력을 다짐하며 악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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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1964년, 동국홀딩스 부산제강소를 방문한 박정희 대통령이 회사 창업주 장경호 회장에게 고로를 포함한 종합제철소 건설을 맡아달라고 부탁을 했다.
이에 장 회장은 "종합제철소는 민간기업이 하기에는 역부족이므로 국책사업으로 추진돼야 한다"며 완곡히 사양했다. 대신 장 회장과 아들 장상태 사장은 자신들이 갖고 있는 철에 대한 지식을 정부가 대일청구권 자금으로 설립한 포항제철(현 POSCO홀딩스 ) 책임자였던 박태준 사장에게 모두 전수했다. 박 사장은 장 회장 부자의 도움으로 제철소를 완공했다.

1960년대 국내 최대 철강기업이었던 동국제강은 제철소만 건설하면 100년을 먹고살 수 있는 날개를 다는 셈이었지만 창업주는 스스로 첫 기회를 잡지 않았다. 이 때까지만 해도 동국제강이 고로를 만드는데 반 백년이 걸릴 줄은 누구도 몰랐다.

1970년대 들어 정부는 인천제철 불하 방안을 놓고 해당기업을 저울질 했다. 동국제강이 유력 후보였다. 동국제강을 물려 받은 장상태 회장은 전기로를 보유한 인천제철을 인수하면 아버지 때문에 삭혀야 했던 고로의 꿈까지 실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때 정주영 회장의 현대그룹이 치고 들어왔다. 정 회장은 장상태 회장에게 손을 내밀며 함께 회사를 인수하자고 제안했고, 장상태 회장은 이에 응했다. 그런데 1978년 5월, 정부의 최종 발표를 앞두고 정 회장은 돌연 장상태 회장과의 계약을 깨고 단독 참여했다. 결국 그달 10일 정부는 현대중공업의 손을 들어줬다. 다 잡은 대어를 눈 앞에서 놓친 장상태 회장은 "배신 당했다"며 크게 낙담했고, 이 일을 계기로 정 회장과는 서먹한 사이가 됐다.

인천제철 인수 실패는 26년 뒤 또 다시 동국제강의 발목을 잡았다. 2004년 장경호 회장에 이어 그룹 수장에 오른 아들 장세주 회장은 포스코와 손잡고 한보철강 인수전에 참여해 현대자동차그룹 현대하이스코ㆍINI스틸 컨소시엄과 치열한 경쟁을 펼쳤으나 결국 패배했다. 6년 후인 지난해 장세주 회장은 자신이 지은 신후판 공장 바로 옆에 세워진 현대제철 고로에 불을 지피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모습을 바라봐야 했다.

한보철강 인수 좌절 뒤 장세주 회장은 더 이상 국내에서 고로를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여겼다. 이 때 그의 머릿속에 브라질이 떠올랐다. 세계 최대 철광석 보유ㆍ생산국인 브라질에는 정작 제대로 된 제철소가 없었다. 이곳에 제철소를 지으면 성공할 것이라고 여긴 장세주 회장은 2005년 브라질 동북부 세아라 주에 제철소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동국제강과 포스코, 발레가 공동 참여해 건설하는 브라질 세아라주 뻬셍 산업단지내 고로 제철소 부지 전경. 합작법인인 CSP가 운영하며 총 900여ha의 면적으로 1단계 부지 조성 공사를 완료하고, 11일 2단계 공사를 시작했다.

동국제강과 포스코, 발레가 공동 참여해 건설하는 브라질 세아라주 뻬셍 산업단지내 고로 제철소 부지 전경. 합작법인인 CSP가 운영하며 총 900여ha의 면적으로 1단계 부지 조성 공사를 완료하고, 11일 2단계 공사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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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2007년 에너지 가격 폭등으로 당초 계획했던 전기로 방식의 제철소로는 저렴한 가격의 쇳물을 만들 수 없게 돼 프로젝트가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세계 최대 철광석 업체인 발레를 파트너로 끌어들인 동국제강은 2008년 4월 CSP라는 현지 합작사를 설립하고 고로를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해 말 터진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해 당초 지분 참여를 검토하던 일본 JFE가 불참을 선언하며 위기를 맞았다. 다행히 장세주 회장은 지난해 말 포스코를 파트너로 참여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렇게 해서 고로제철소 건설은 급물살을 탔다. 3사는 1단계로 세아라주 뻬셍 산업단지에 발레 50%, 동국제강 30%, 포스코 20%의 지분율로 연산 300만t급 고로 제철소를 2015년까지 건설키로 했다. 2단계 프로젝트는 300만t급 고로를 추가해 총 600만t 규모로 고로사업을 키워나간다는 방침이다.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왼쪽에서 세번째)이 브라질 뻬셍항 ‘송원 부두’에서 시드 고메즈 세아라 주지사(왼쪽에서 두번째)로 부터 송원 부두 명판을 전달받고 있다.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왼쪽에서 네번째)이 박수치고 있다.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왼쪽에서 세번째)이 브라질 뻬셍항 ‘송원 부두’에서 시드 고메즈 세아라 주지사(왼쪽에서 두번째)로 부터 송원 부두 명판을 전달받고 있다.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왼쪽에서 네번째)이 박수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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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 걸렸다. 집념이라는 말 외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철강업은 나의 운명이며, 철강을 향한 열정 때문에 브라질까지 달려왔다." 장세주 회장은 지난 11일 뻬셍 산업단지에서 열린 산업단지 전용 다목적 부두 준공식 및 원료 컨베이어벨트 가동식에 참석한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에게 고로 건설의 감회를 이렇게 표현했다.

이에 지우마 대통령은 브라질에 고로를 건설하겠다는 의지를 관철시켜준 동국제강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부두를 '까이스 송원(Cais Song-Won, 송원 부두)'라고 명명했다.



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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