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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 마지막 날, 폭우 속의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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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의 마지막 날. 아침부터 지산에는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갈수록 폭우에 가까워지는 빗줄기에 사람들은 우산과 우비를 갖춰야 하는 불편함을 느껴야 했다. 하지만 지산의 마지막 날을 즐기고자 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무거워지진 않았다. 한국의 록 페스티벌과 비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 이쯤은 충분히 예상했다는 듯 사람들은 오히려 빗 속에서 즐거워 했다. 다리에 튄 흙탕물이, 비와 섞인 땀이 열정을 증거했던 지산의 마지막 날 오후에 펼쳐진 공연 셋을 정리한다.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 마지막 날, 폭우 속의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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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턴 루디스카 (Kingston Rudieska) : 킹스턴 루디스카처럼 독특한 밴드도 흔치 않을 것이다. 9명으로 이루어진 킹스턴 루디스카는 브라스의 경쾌한 연주가 주체할 수 없는 흥겨움으로 몸을 가득 채우는 스카 밴드다. 이들의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팔다리를 나도 모르게 휘두르고, 엉덩이는 들썩들썩 흔들리게 된다.
첫곡 ‘SKA BLESS YOU’+‘JAMAICA SKA’에서부터 이미 사람들은 신발마저 벗어 던졌다. 빅탑 스테이지 앞의 잔디밭은 계속 내린 비로 진흙탕으로 변해 있었지만, 오히려 진흙을 밟는 푹신푹신한 느낌이 사람들을 더욱 뛰놀게 만들었다. 바닥을 차오르는 사람들의 발놀림에 종아리는 진흙투성이가 되었지만 아무도 아랑곳 하지 않았다. 이어진 ‘RIVA CITY’는 사람들이 춤추는 이 곳이 비 오는 지산이 아니라 해변의 한 풍경으로까지 느껴지게 만들었다.

어쩌면 킹스턴 루디스카를 이날 이 시간에 배치한 것은 지산의 세번 째 날, 피로와 찌푸린 하늘에 움추러 들었을 사람들을 위한 배려였을지도 모른다. 신곡인 ‘너 때문이야’를 거쳐 ‘I'LL WAIT FOR YOU’, 마지막 곡인 ‘MY COTTON CANDY’까지 킹스턴 루디스카의 무대는 대기를 찢는 기타 사운드 대신 공기를 부풀게 만드는 브라스 사운드로 가득했다. 마지막 남은 힘을 한 톨까지 모두 털어넣어 미치게 만드는 무대가 아니라 오히려 없는 힘을 솟아나게 만드는 무대였다. 이어지는 국카스텐의 무대에서 사람들이 마음껏 놀았다면, 그것은 조금은 킹스턴 루디스카의 덕분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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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카스텐 : 국카스텐의 무대는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의 여느 무대와 비교해도 남달랐다. 국카스텐 특유의 사이키델릭한 사운드와 하이톤의 보컬을 마음껏 질러대는 하현우의 무대에 사람들은 록 페스티벌이 아니라 종교 행사에 참석한 것처럼 황홀경에 빠졌다. 첫 곡인 ‘매니큐어’부터 환호성 이상의 비명이 터져나왔다. 국카스텐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음악을 하는 밴드는 아니지만, 록 본연의 도취감에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이리저리 휘돌리며 음악에 빠져 들었다.
킹스턴 루디스카의 무대 때 잦아들었던 빗줄기가 굵어지기 시작했지만 분위기는 더 고조되었다. ‘바이올렛 원더’와 ‘파우스트’에서 드럼과 합쳐진 퍼커션의 리듬은 사람들을 묘한 흥분 상태로 이끌었다. ‘파우스트’에 이어 ‘거울’이 시작되자 분위기는 절정에 달아올랐다. 화려한 기타 솔로가 터져 나오며 괴기하면서도 몽롱한 세계를 만들었다. 그 잠깐의 시간 동안 지산 빅탑 스테이지 앞은 비현실적인 딴 세상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붉은 밭’이 시작됐다.

‘붉은 밭’ 뒤에 ‘씽크홀’도 ‘꼬리’도 불렀지만, 이날 국카스텐 무대의 백미는 ‘붉은 밭’이었다. 이미 KBS <유희열의 스케치북> 등에서 선보인 ‘거울’+‘붉은 밭’ 조합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것을 눈 앞의 현실에서 맞닥뜨릴 때 가슴에 와닿는 감정의 크기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인상적인 베이스라인으로 시작된 ‘붉은 밭’은 ‘농염한 연기력’을 보여주는 하현우의 보컬과 국카스텐만의 실험적인 기타 리프가 합쳐져 국카스텐 음악의 정수를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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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cm : 지산의 마지막 날 오후에 지산에는 두 번의 ‘민족 대이동’이 있었다. 지산의 양쪽 끝에 위치한 빅탑 스테이지에서 국카스텐의 무대가 끝나자 다른 쪽 끝인 그린 스테이지로 향하는 거대한 인파가 생겼다. 인디계의 ‘아이돌’ 10cm를 보기 위해서였다.

도입부를 상큼한 키보드 연주로 편곡한 첫 곡 ‘사랑은 은하수 다방에서’로 10cm의 무대는 시작됐다. 마치 군부대에 걸그룹이 출동한 것처럼 사람들이 10cm의 노래를 따라부르는 ‘떼창’은 놀랍기조차 했다. 하지만 그것이 시작이었다. 두 번째 곡 ‘킹스타’가 시작되고 사람들은 자유롭게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후렴구의 ‘스타킹, oh yeah’ 는 엄청난 소리로 합창을 했다. 기타를 맡고 있는 윤철종이 2절의 후렴구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자 비명 소리와 따라 부르는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사람들은 그린 스테이지 뒤에 설치된 수영장 안으로까지 밀려들었다. 핸드폰으로 사진과 동영상을 찍는 사람들도 그 어떤 아티스트의 무대보다 유독 많았다.

권정열이 곧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하며 시작한 ‘찹쌀떡’을 거쳐 ‘죽겠네’, 그리고 ‘죽을래 사귈래’가 이어지자 본격적으로 사람들은 뛰기 시작했다. 합창 소리는 더욱 커졌다. 그리고 ‘아메리카노’가 이어졌다. 심지어는 금발 머리의 파란 눈을 한 외국인까지 따라 부르는 ‘아메 아메 아메~’의 힘은 놀라웠다. 쉽게 따라부를 수 있는 멜로디, 재치 있고 재미있는 가사, 자신의 궁상을 대놓고 드러내면서 “이건 찌질한거에요“ 라고 말하는 묘한 솔직함. 10cm는 장기하와 얼굴들과 함께 록 페스티벌에 모이는 사람들이 가장 즐겁게 한 마음이 될 수 있는 밴드인지도 모른다. 10cm의 무대가 끝나고 10cm를 보기 위해 민족 대이동을 했던 사람들은 이제 장기하와 얼굴들을 보러 또 다른 대이동을 시작했다. 지산의 마지막 밤은 그렇게 대이동으로 시작되고 있었다.

사진 제공. 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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