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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IBM의 妙水..'물에다 지능 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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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IBM의 妙水..'물에다 지능 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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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라이벌. 이 말은 '강물을 함께 사용하는 사람들'을 뜻하는 라틴어 '리발리스(rivalis)'에서 유래했다. 물이 충분할 때는 함께 나눠 쓰는 이웃이지만, 부족할 땐 싸움을 하는 맞수가 되는 것이다.

비즈니스 저널리스트인 찰스 피시먼은 이와 관련해 물을 둘러싼 분쟁이 일어난다면 그것은 물 자체가 아니라 물을 얻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물의 용도 등에 대한 다툼일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또 라이벌과의 다툼에서 승리하려면 물을 환경이나 에너지가 아닌 경제학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물은 공짜다'라는 생각을 버리고 '물은 비즈니스다'라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승리를 손에 쥘 수 있다는 것이다.
IBM은 물을 진작부터 비즈니스로 여기고 노력해 연간 500만 달러를 절약하는 성과를 낸 대표적인 기업이다. 반도체 생산에 꼭 필요한 초순수를 만들어내는 IBM 벌링턴 공장이 하루에 쓰는 물의 양은 2000년 기준으로 약 1216만ℓ였다. 이 공장이 한 달에 내는 수도 요금은 10만 달러에 달했다. 벌링턴 공장 현장 운영 관리자 등은 비용 인하 경쟁이 치열한 컴퓨터 반도체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물에서 경쟁 우위를 점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뜻을 모아 행동에 나섰다.

IBM 벌링턴은 일단 전체 시설에서 사용하는 물과 관련된 데이터를 수집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초당 약 1데이터포인트를 수집하는 등 매일 물에 관한 데이터 4억 데이터포인트를 수집했다. 단순히 물을 절약하는 것이 아니라 물의 사용처와 비용이 생기는 부분,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부분 등을 이해하려 한 것이다.

물이 곧 비즈니스라는 생각으로 물 관리를 하니 해법이 눈에 보였다. IBM 벌링턴은 한 쪽에서는 물을 데우고 다른 한 쪽에서는 물을 차갑게 만들어야 하는 두 기기를 잇는 수도관을 설치해 물을 전략적으로 사용하고, 겨울이 되면 차가운 바깥 공기를 이용해 냉수를 만들었다.
이 같은 노력은 2000년부터 2009년까지 물 사용량을 29%나 줄여줬고, 연간 수도요금은 74만 달러나 낮춰줬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물 사용량이 줄어들자 화학용품 및 여과 장치 비용이 연간 60만 달러나 줄어들었고, 전기 및 에너지 비용 역시 230만 달러가 절약됐다. 2009년 말 IBM 벌링턴의 반도체 생산은 2000년에 비해 30% 증가했지만, 생산량이 늘어난 이 시기에 물 관리 직원들은 물 사용량을 29% 줄여 연간 360만 달러를 아꼈다. 게임기나 생일카드에도 컴퓨터 반도체가 들어가는 시대에 IBM 벌링톤 공장이 실제로 절감한 돈은 연간 500만 달러에 이른다.

IBM 벌링턴 공장이 만들어낸 성과는 단순히 물과 돈을 절약하는 것 이상이었다. 컴퓨터 업체인 IBM은 이 덕분에 물에 대한 생각과 자사에 대한 생각을 바꿀 수 있었다. IBM은 현재 벌링턴 공장에서 활용한 물 관련 전략을 다른 기업이나 도시, 상수도 회사 등 고객에게 똑같이 적용하겠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교통 신호나 고속도로, 에너지 등에 지능을 결합한 정보망처럼 물에도 지능을 심어 '스마트 워터(smart water)' 시대를 열겠다는 것이다.

스마트 워터의 핵심은 고객이 물 사용 현황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정보를 제공하고, 사용 중인 물의 특성을 분석해 각기 다른 특성을 가진 물이 필요한 곳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2009년 3월 IBM은 스마트 워터의 시범 고객 이름 등이 적힌 목록을 공개하며 물 관리 서비스 사업부 설립을 공식 발표했다. 물이 IBM이라는 기업에 숨어 있던 창의력을 끌어낸 것이다. IBM은 결과적으로 연간 4000억 달러 규모인 전 세계 물 산업에서 선두를 꿰차게 됐다.

물을 기업이 아닌 개인과 정부 차원에서 분석한 내용을 더 알고 싶다면 '거대한 갈증'을 권한다. 물을 왜 경제학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는지, 개인과 정부는 물을 관리하려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를 자세한 사례들과 함께 담아냈다.

거대한 갈증/ 찰스 피시먼 지음/ 김현정ㆍ이옥정 옮김/ 생각연구소/ 2만원



성정은 기자 j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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