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공방의 제1라운드는 다윗에 동정표가 쏟아지면서 유리한 분위기로 흘렀다. 열악한 재정 여건 속에서 어렵사리 육성한 조종사를 대한항공이 '날름' 데려갔다면서 성토하는 에어부산에 '안쓰럽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에어부산에 1기로 입사한 조종사 인력 중 절반 이상이 대한항공으로 이직했으니 서둘러 해결에 나서지 않으면 추가 이탈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냉정히 말하자면 자본주의 경쟁사회에서 기업 간 상도덕은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그만'이다. 대한항공은 사회적 비난을 감수할 각오 없이 타사 조종사를 뽑지 않았을 터다. 에어부산에서 이탈한 조종사 중 일부는 “부산에서 생활하는 것이 힘들고 조직이 체계적이지 않아 기장의 꿈을 꾸기 어렵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한 항공사 고위 임원은 “항공업계는 특히 조종사라는 전문 인력 수요에 대한 뚜렷한 해답이 없다”며 “특수성을 모를 리 없는 대한항공의 처사도 문제지만 에어부산 역시 조직 관리에 소홀했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사실 인력 유출의 '네 탓 내 탓' 공방보다 더 무서운 것은 승객의 안전을 최전선에서 책임지는 조종사를 둘러싼 '이전투구' 자체다. 항공사에 대한 소비자 불안감은 지금 이 순간에도 부풀고 있다.
김혜원 기자 kimh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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