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보낼때 마다 20원씩 내야 하는 문자메시지는 글자 수도 제한돼 있고 사진이나 음악 등을 보낼 수 없기 때문에 제약이 많았다. 하지만 당시 청소년들은 유료 문자메시지에도 열광했다. 값비싼 음성 통화대신 친구들과 문자를 주고 받는 것이 더욱 저렴했기 때문이다.
애플은 이들보다 한 수를 더 높였다. 애플이 아이폰 운영체제(OS)를 업그레이드 하면서 추가한 기능 '아이메시지'는 아예 아이폰 주소록과 연동해 무료 문자메시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러다 보니 통신사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자칫하면 통신 인프라만 구축해 놓고 그 위에서 벌어지는 각종 서비스는 포털,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의 업체들에 넘겨주고 말 것이라는 위기감이 그 어느때보다 절실하다.
최근 LG유플러스의 '와글'에 이어 카카오톡과 유사한 기능을 갖고 있는 KT의 '올레톡'를 보면 이같은 서비스를 울며겨자먹기로 내놓을 수 밖에 없는 통신업체들의 고민이 읽혀진다.
통신업체들이 문자메시지의 전면 무료화는 반대하면서도 무료로 문자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을 내놓을 수 밖에 없는 딜레마에 처해있다는 얘기다.
이미 통신 인프라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통신사도 소프트웨어와 서비스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와글과 올레톡은 훌륭한 서비스지만 카카오톡 사용자들은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카카오톡을 쓰는데 굳이 와글과 올레톡까지 쓸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단순히 인기 있는 서비스에 몇가지 기능을 붙여 내는 것이 아니라 오랜 통신서비스의 경험을 살려 소비자들이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꿰뚫어보는 혜안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통신사들은 조만간 통신망 임대 사업자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명진규 기자 a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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