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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억원 땅콩주택이 바꾸는 신 주거풍속

최종수정 2011.06.07 15:44 기사입력 2011.06.07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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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같은 우리집 지을 새 땅콩밭 어디 없나요”

경기도 용인시 동백지구에 들어선 땅콩주택 전경.[사진제공:'두 남자의 집짓기'박영채]

경기도 용인시 동백지구에 들어선 땅콩주택 전경.[사진제공:'두 남자의 집짓기'박영채]


넓은 대지에 그림 같은 집을 지어 사랑하는 가족과 오순도순 살고 싶은 바람은 대한민국 가장이라면 한번쯤 품어봤을 법한 꿈이다. 심지어 어린 아이들도 캔버스에 크레파스로 그리는 집의 이미지는 대부분 세모 모양 지붕 딸린 단독주택.

동심 속 ‘살고 싶은 집’은 문 앞에 마당이 있어서 풀도 심고 꽃도 심고 나무도 심을 수 있다. 아이들의 그림에서 아파트는 보기 드물다. 저도 모르게 드넓은 마당에서 자유롭게 뛰어놀고 싶은 소망이 구현된 것이 아닐까.

그런데 이 꿈이 과거보다 어렵지 않게 현실이 될 수 있다고 하니, 동심 속 욕망이 꿈틀대기 시작한다. 내 아이, 내 부모, 내 가족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집을 찾으려는 이들의 바람이 한데 모였다. 너도 나도 관심을 보여 규모가 점점 확대되니 이쯤에서 발 담그기를 고민하는 이들, 일단 한번 살펴보자. 마당에서 뛰어놀지 못하는 아이들은 아직도 많다.

높은 인기에 수도권 단지 조성 봇물

땅콩주택 다락방 내부모습.[사진제공:'두 남자의 집짓기'박영채]

땅콩주택 다락방 내부모습.[사진제공:'두 남자의 집짓기'박영채]

한 필지에 두 집을 지어 사는 땅콩주택 붐이 급기야 땅콩밭을 조성하기까지 이르렀다. 고양시 대자동, 화성 동탄지구, 일산 성석동, 용인시 고림동 등에 하나둘씩 땅콩주택 타운하우스들이 생기고 있다.
땅콩주택을 최초로 설계한 이현욱 광장건축 소장이 만든 인터넷 카페 ‘땅콩집 3억으로 한 달 만에 짓는다’에는 초기 20명이었던 회원 수가 3달 만에 2만명을 돌파했다. 3억원으로 단독주택을 지을 수 있다는 말이 솔깃하게 들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아파트 분양가와 비슷하거나 더 저렴하기 때문이다.

현재 계약이 완료돼 공사가 진행 중인 땅콩주택은 모두 51호. 이 밖에도 화성 동탄지구 땅콩밭은 38세대가 분양이 완료돼 공사 허가 절차를 진행 중이고, 18세대의 두 단지로 이뤄진 고양시 덕양구 대자동 땅콩밭은 1단지 12세대가 분양됐다.

수요자는 저절로 모인다. 땅콩주택 사업을 총괄하는 광장건축에서 싸게 매입할 수 있는 대지를 알아본 뒤, 설계 초안이 마련되면 희망자를 모은다. 그러면 이 지역에 땅콩주택을 지어 살고 싶은 이들이 30명가량 모여 부지를 공동으로 매입한다. 초기에 계약금 5000만원을 내면 불과 4개월 만에 모든 프로젝트가 진행돼 땅콩집에 들어가 살 수 있다.

초고속으로 진행되는 이 같은 절차에 물론 단점도 있다. 4개월 만에 3억원가량의 총 비용을 마련해야 하는 까닭에 기존에 살던 집을 팔고 들어오려는 이들은 집이 쉽게 팔리지 않을 경우 어려움을 겪는다.

그렇다면 부대비용을 포함해 땅콩집을 소유하기까지 필요한 비용은 어느 정도일까. 현재 화성 동탄지구의 분양가는 3억6000만원, 고양시 대자동은 2억6000만원이다.
화성 동탄지구의 경우 땅콩밭 조성 지역 주변의 전용면적 109㎡ 아파트 분양가는 4억원에 달한다.

가구당 158㎡인 땅콩주택의 분양가는 3억6000만원이니 수요자는 고민에 빠진다. 아파트에 발코니가 딸렸다면 땅콩주택은 전용면적에 포함되지 않는 3층 다락방이 서비스 개념으로 제공된다.

이현욱 소장은 가족이 살기에 적합한 집을 고민한 끝에 친구와 함께 땅콩주택을 지어 생활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 이 소장과 친구인 구본준 기자의 공동저작 <두 남자의 집짓기>가 발간됐다. 이처럼 나란히 붙어 있는 두 채의 집은 생판 모르는 사람이 인터넷 카페를 통해 만나 분양받기도 하지만, 가족·친척·친구끼리 분양받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 이 소장의 집에 방문하니 마당에 심어놓은 풀 포기들과 이 소장 자녀의 자전거가 눈에 띄었다. 마당 딸린 집에서는 내 아이가 세 발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안전한 공간도 확보되는 것.

단독주택이기에 집안에서 아이에게 “뛰어다니지 말라”고 잔소리할 필요가 없고, 듣고 싶은 음악도 마음껏 들을 수 있으며, 밤늦게 세탁기를 돌려도 동네 주민의 항의가 없다. 유지·관리비도 아파트와 비슷하다.

완두콩·옥수수집까지 다양화 추세

특히 땅콩주택에 관심을 보이는 많은 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그야말로 베스트 오브 베스트 공간은 다락방이다. 주방과 거실이 마련된 1층, 아이와 부부의 방이 마련된 2층 내부도 깔끔하지만, 다락방은 다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 있는 곳이다. ‘다락방 있는 집’이라니 마치 영화나 드라마에 나올 법한 소재다.

이 소장은 “집에 들어올 사람들이 원하는 요구사항대로 설계해 준다”고 말했다. 이 소장을 포함해 땅콩주택 설계에 참여하는 디자이너는 모두 5명. 인터넷 카페에서 원하는 지역에 땅콩주택을 짓기 위해 모인 수요자들은 디자이너의 설계도와 배치도를 보고 수정사항이나 요구사항에 대해 끊임없이 의견을 내놓는다. 이 과정에서 다른 이들과 의견이 맞지 않아 계약을 취소하는 사례도 종종 있다.

시공사도 10군데에 달한다. 처음 공사를 시작할 때는 대림E&C에 시공을 맡겼다. 이후 중소 건설사들이 하나둘씩 사업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내년에는 20여 군데의 시공사와 건물을 지을 계획이다. 이처럼 여러 군데의 시공사를 두는 이유는 땅콩주택을 대중화하려는 목표 때문이다. 시행착오도 겪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낯선 설계라 시공사의 기존 공사 방식에 대한 편견과 이 소장의 의견이 충돌하기도 했다. 그러나 새로운 주택 개념을 도입하기 위해 이 역시 통과의례처럼 겪어야 할 일이다.

이 소장은 “브랜드 가치 때문에 높은 가격이 붙는 아파트를 파는 시대는 지났다”며 “앞으로 외국처럼 주택을 지어 그 자체 가치로만 평가받는 문화가 도래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현재 땅콩밭은 경기 남양주, 일산, 용인 흥덕, 인천 지역을 비롯해 서울 강북 지역에서도 추진 중이다. 땅콩밭 조성이 확대된다는 것은 그만큼 수요가 풍부하다는 증거다. 특히 지방은 땅값이 서울·수도권보다 훨씬 저렴한 지역이 많아 땅콩주택을 짓기에 더 경제적이다. 경우에 따라 1억5000만원이면 땅콩주택에 들어가 살 수도 있다는 게 이 소장의 설명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소장의 새로운 시도가 땅콩주택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완두콩집’ 또한 현재 흥덕, 판교 지구에 추진되고 있는 프로젝트다. 이는 독특하게 점포주택 형태다.

1층은 상가용 주택으로 콘크리트 시공을, 2층은 주거용이라 목조 주택으로 시공된다. 콘크리트와 목조를 섞은 하이브리드 목조로 단열을 강화하는 것이 완두콩 집의 주된 목표다. 수익성 임대사업을 하려는 이들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옥수수집도 있다. 아직 고안 단계인 옥수수집은 단열목을 사용해 짓는 아파트다. 하나의 골조에 여러 가구가 붙어 사는 주택을 만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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