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국가인권위원회 결정문에 따르면 2월18일 육군훈련소 30연대 4중대 2소대 소속 정모 훈련병은 훈련소 지구병원을 찾아 군의관에게 상급병원 진료를 요청했지만 군의관은 "현재 증상으로는 필요없다"며 이를 거부했다.
밖으로 쫒겨난 정 훈련병이 복도에서 우는 것을 본 지구병원 간호장교는 그에게 다가가 이유를 물었다. 정 훈련병이 "민간병원이나 다른 병원으로 보내달라, 소대장에게 전화를 해달라"라고 하자 간호장교는 군의관에게 상태를 물어봤다. 하지만 "상급병원으로 보내달라고 하지만 그럴 정도는 아니다"라는 대답만 돌아왔다.
정 훈련병은 이날 상황에 대해 "간호장교에게 울면서 살려달라고 했지만 묵살됐다"고 쪽지에 적었다. 이 쪽지는 정 훈련병이 목숨을 끊었을 때 입고 있던 옷에서 발견됐다.
심지어 정 훈련병이 지구병원에서 진료받은 날은 2월18일이었음에도 소대장은 날짜를 2월16일로 적었다. 또한 2월16일 정 훈련병이 치료를 받은 곳은 지구병원이 아닌 연대의무실이었다.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은 "환자가 아프다는데 원인을 모르겠으면 다른 병원에 가게 하거나 치료방법을 달리하는 게 상식이다. 애원하는 환자를 경비원을 불러 쫓아내는 것이 의사가 할 일인가. 민간병원에서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군병원에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진다"고 비판했다.
한편 2월18일 사건 이후 정 훈련병은 꾀병환자로 낙인찍혀 목숨을 끊기 하루 전인 2월26일에는 다른 훈련병 앞에서 소대장으로부터 욕설을 들었다.
정 훈련병은 26일 지구병원 외진 예약이 돼 있었으나 이날은 지구병원 이비인후과 휴진일이라 진료일이 28일로 변경됐다. 진료일이 변경됐다는 통보를 받지 못한 정 훈련병은 외진 대상자 명단에서 자신이 빠진 이유를 물었다.
그러나 소대장은 "왜 자꾸 시키는 대로 안하고 떼를 쓰느냐. 똑바로 서! 야! 인마! 이 새끼야! 군의관이 문제없다고 하는데 왜 자꾸 가려고 해. 너 앞으로는 귀 아픈 것으로 외진 갈 생각하지마"라고 욕설을 퍼부었다
이 일이 있은 후 하루 만에 정 훈련병은 생활관 2층 화장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정 훈련병의 옷에서는 '엄마, 자랑스럽고 듬직한 아들이 되지 못해서 미안해요. 2월4일부터 귀가 먹먹했는데 아직 안 나았어요. 진짜 불편해서 의무실과 병원 많이 갔는데 이젠 아예 꾀병이라고 합니다. 혹시나 식물인간이나 장애인 되면 안락사해주세요. 너무 슬퍼하지 마시고 원래 없는 셈 해주세요. 정말 미안해 엄마. 사랑해'라는 유서가 발견됐다.
유가족은 자신을 거짓말쟁이로 보는 시선과 앞으로 치료 받을 수 없을 것이라는 절망감에 정 훈련병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라며 분개했다.
온라인이슈팀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