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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단상] 박정은의 미술로 세상읽기- 모네 '양산을 든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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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단상] 박정은의 미술로 세상읽기- 모네 '양산을 든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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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은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19세기 이전의 그림들은 성서와 신화 등 역사적인 사건을 소재로 한 것들이 많아 문학적 소양이 없으면 접근하기가 쉽지 않고, 20세기 이후의 현대 미술은 초현실적이거나 추상적인 작품들이 많아 더욱 난해해 졌습니다.
하지만 19세기 인상주의 계열의 작품들은 자연을 배경으로 한 풍경화와 인물화가 많은데다 화풍 자체도 밝고 화사해서 대중들이 비교적 수월하게 작품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고전적 아카데미즘에 따르면 하늘과 물은 각기 고유의 색이 있는데, 인상주의자들은 이런 틀에 박힌 색채에는 생명력이 없다고 봤습니다. 풍경이나 사물은 그 자체로는 생명력을 가질 수 없고, 그것이 불러일으키는 인상을 재현했을 때 비로소 생명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 결과 살아 숨 쉬는 회화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생동감 넘치는 색채를 기반으로 순간에 포착한 시각적 인상이 중요해 졌습니다.

결국 사물 그 자체가 아니라 사물에 대한 인상의 재현을 회화의 본질이자 목표로 삼는 것이 바로 인상주의 화풍입니다. 그러다보니 디테일은 떨어지지만, 대신 빠르고 강렬한 붓 터치로 일상을 속도감 있고 활기차게 구현해내고 있습니다. 인상주의자들에게 사물은 정밀하게 모사해야 할 대상이라기 보다는 붓을 들었을 당시의 감정이자 느낌에 대한 기록에 가깝습니다.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화가들 중에는 모네, 르누아르, 드가, 세잔 같이 인상주의 계열의 화가들이 많습니다.
유명한 고갱도 인상주의의 영향을 받아 후기 인상주의로 분류되기도 합니다. 여러 인상주의 화가들 중에서 모네와 르누아르는 그 중심에 있는 인물들인데, 그 중에서도 모네는 오늘날 인상주의를 대표하는 거장으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인상주의라는 말도 실은 그의 유명한 '인상, 해돋이'를 조롱하고 폄하하기 위해 나왔다고 합니다.

인물화를 많이 그린 르누아르와 달리 모네는 풍경화를 즐겨 그렸는데, '양산을 든 여인'은 야외에서 작업한 그의 대표적인 인물화입니다. 딱히 계절을 특징 지을 수는 없지만 어느 화사한 봄 날, 햇볕을 쐬러 야외로 산책을 나온 여인의 모습으로 봐도 무방할 듯 싶습니다. 여인은 모네의 아내인 '카미유'이고, 왼편에 작게 그려진 아이는 아들 '장'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따사로운 햇살을 가리기 위해 치켜든 양산과 살랑이는 바람에 나부끼는 듯한 치맛자락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정숙하면서도 우아한 여인의 참으로 경쾌한 야외 나들이가 아닐 수 없습니다. 보일듯 말듯 약간은 설레이며 상기된 듯한 여인의 표정은 상향 구도 속에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초록색 양산과 흰색 스커트는 더할나위 없이 싱그러운 느낌을 줍니다. '양산을 든 여인'은 맵시 있는 여인을 모델로 삼아 인물과 소도구, 그리고 인물과 자연의 절묘한 조화를 보여주는 모네의 흔치 않은 야외 인물화입니다.

같은 인상주의 계열이라고 해도 개개 화가들의 개성과 특징은 뚜렷합니다. 모네는 모네의 눈으로 본 세계를 그렸고, 르누아르는 르누아르가 본 세계를 화폭에 담고 있습니다. 그들의 작품은 좁은 아틀리에를 벗어나 자연과 풍경, 그리고 그 속의 인물을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본 자연과 풍경은 빛이 존재하는 밝은 세상이었고, 그들은 자신들이 인식한 색감으로 빛을 표현하고 사물을 재현해냈습니다. 오늘날까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인상주의 화풍은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박정은(미술평론가/'작은 철학자와 그림이만나면' 미술연구원 원장)www.grimnb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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