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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자본입니다" 된장 전도사로 나선 천정자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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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자본입니다" 된장 전도사로 나선 천정자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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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나이 먹었다고 꼭 아프고 능력없는 게 아닙니다. 즐겁게 일하고 좋은 음식 먹으면 건강할 수 있습니다. 올해 말 물 좋고 공기 깨끗한 장흥에서 된장 전도사로 인생을 살아가고 싶습니다.”

그녀를 본 순간 동안의 비결부터 묻고 싶었다. 진짜 나이에서 스무 살을 빼도 믿을 수 있을 정도로 젊고 활기찬 모습의 천정자(사진·여·69)씨.
그녀는 70대의 삶을 ‘된장 전도사’로 살아가겠다는 꿈을 지닌 여성이다. 교육대학 출신의 천씨는 20대 시절 초등학교 교사로 교편을 잡았으나 결혼 후에는 가정주부로서의 삶을 살아왔다. 자식들을 가르치고 시집 장가보낸 후 그녀의 삶에 찾아온 화두는 ‘된장’이었다.

그녀의 된장 사랑은 10년이 돼간다. 그녀가 말하는 된장이란 자연이 만들어준 음식이어서 물 깨끗한 곳을 찾다보니 강진과 하동, 서산에서 된장 연구를 꾸준히 해왔다. 간간히 작게 사업도 펼쳐봤다. 지난 2002년 전라남도 강진에 있는 절인 정수사에서 된장을 담갔었고, 2004년부터 2007년까지는 경남 하동에 영농 법인을 세워 된장을 판매했다. 2007년부터 최근까지는 서산에다가 연구소를 만들어 공부했었다. 한데 최근 서산에 제철소가 들어서고 도로가 세워져 차들이 많이 다니면서 터를 바꿔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다고 한다.

‘장흥’을 알게 된 계기는 이즈음이었다. 은퇴자 마을 로하스타운 사업의 시행사인 랜드러버스코리아의 김상병 사장을 용산구 이촌동 농업기술진흥관에서 우연하게 만나게 된 것. 김 사장은 로하스타운의 시행자이기도 하지만 입주민의 한 사람으로서 귀농을 결심한 이었다. 천 씨는 장흥이란 곳에 뜻이 맞는 귀농인들을 모으는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이에 관심을 보이게 됐다.
천 씨는 “장흥이 유네스코에서 슬로우시티(Slow City)로 지정된 지역인데다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서 사람들과 마을을 이루며 서로의 꿈을 격려해주고 일할 수 있다는 게 참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슬로우시티란 ‘느림의 철학’을 바탕으로 바쁜 도시생활과 반대되는 개념인 지역을 뜻한다.

천 씨가 내세우는 된장도 슬로우시티와 어울리는 슬로우푸드다. 패스트푸드와는 대립되는 개념인 셈이다. 천 씨는 “유전자 조작 콩이 아닌 순수 우리 콩으로 우리 몸에 맞는 명품 된장을 만들면서 선조 때부터 내려온 전통을 살려서 된장 담그는 법을 가르치고 싶다”고 밝혔다.

천 씨가 이토록 된장 전도에 나선 계기는 무엇일까? 1988년 당시 담석증에 걸린 그는 우리나라에서는 병을 고칠 수 없어 일본까지 가야했다고 한다. 헌데 그곳에서 일본의 NHK 방송을 보고 된장의 효능을 알게 됐다.

방송에서는 1945년 미국의 원자폭탄 투여로 히로시마 등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된장을 꾸준히 먹었던 사람들은 기적적으로 생명을 유지해 나갔다는 동경대학의 연구결과가 보도된 것이다.

된장에는 중금속을 분해하는 ‘바실러스’ 균이라는 성분이 있기 때문인데 모든 균 중 가장 건강하고 균이며 ‘다쳐도 된장을 바르면 낫는다’는 속설이 그저 속설이 아니라 과학적으로 증명된 셈이라고 천 씨는 설명했다.

천 씨는 “나이가 들수록 지혜는 발달한다. 내가 이 나이를 먹지 않았다면 된장에 이만큼 애착을 갖기도, 연구에 매진하기도 쉽지 않았으리라 본다. 나이가 자본이다”라면서 “시골 할머니들이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비결이 자연환경이 좋아서다. 굳이 운동도 따로 하지 않는다. 땀 흘리며 하는 일이 즐거우면 그 자체로 운동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된장과 같은 슬로우푸드는 우리 정신에 여유를 가져다 준다”고 덧붙였다.

천 씨가 말하는 자연이 창조한다는 ‘된장’은 태양과 바람을 맞으며 균이 서서히 번식하면서 발효가 되는 것인데 메주를 굳히는 과정이 2~3개월 정도 걸린다. 이후 솔로 씻어서 장독에 담고 물을 붓고 적당한 염도로 소금을 넣어주면 된다. 총 6개월 이상 1년 정도 묵힌 된장은 그야말로 일품이라고 한다.



오진희 기자 val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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