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스타일기]부활 채제민③ 김태원에게 보낸 편지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채제민(오른쪽)이 부활로 함께 콘서트 무대에 선 이승철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채제민(오른쪽)이 부활로 함께 콘서트 무대에 선 이승철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 ‘형 미안해. 나도 어쩔 수가 없었어.’

1999년 여름. 채제민은 착잡했다. 답답한 심경은 편지지에 옮겨졌다. 미안함 묻은 서정적인 문장들. 수신자는 부활의 리더 김태원이었다. 편지봉투를 만지작거리다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부활 탈퇴에 대한 이해를 구하는 내용의 편지. 결정은 자의가 아니었다. 편지 두 번째 구절처럼 어쩔 수가 없었다.
채제민은 여섯 번째 앨범부터 부활에 합류했다. 연주가로 활동하던 중 받은 최승찬의 제의가 계기가 됐다. 최승찬은 조용필 밴드인 위대한 탄생 등에서 키보드 등을 담당한 부활의 원년 멤버다. 티삼스 뒤 다시 들어가게 된 밴드. 채제민의 마음은 설레었다.

“티삼스 뒤 모시게 된 문영배 선생님께서 늘 ‘드러머는 밴드에서 활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기회가 부활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부푼 기대로 시작한 밴드. 그러나 앞날은 순탄치 않았다. 부진한 앨범 판매 탓은 아니었다. 멤버 사이 갈등이 심화됐다. 김태원과 최승찬이 자주 의견충돌을 빚었다. 다툼은 오래가지 않아 결국 사단이 났다. 최승찬이 멤버들과 함께 팀을 탈퇴했다. 채제민도 무리에 포함됐다.
“나를 데려온 승찬이형의 종용을 거절할 수 없었다. 배신자로 낙인찍힐 게 두려웠다.”

보컬 김기연마저 성대결절로 이탈한 부활. 남은 건 김태원뿐이었다. 채제민은 괴로웠다. 함께 한 리더에게 상처를 줬다는 자책감이 지워지지 않았다. 미안한 마음에 학교 다닐 때도 잡지 않던 펜을 집어 들었다. 본심을 편지에 써내려갔다.

부활을 나온 뒤 채제민은 많은 공연과 앨범에 연주가로 참여했다. 이승환, 이승철, 신승훈, 변진섭, 박효신, 윤종신, 포지션, 김범수, GOD….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이선희다. 공연이 지루해질 것을 우려해 콘서트에 연주가들의 차력 쇼를 넣었다. 도사 가발을 쓰고 벽돌을 깨며 드럼을 쳐야 했다.

물론 이보다 수월한 공연이 더 많았다. 헤드윅과 같은 뮤지컬에서는 배우들의 대사가 절반 이상인 까닭에 틈틈이 새우잠을 청하기도 했다.
다양한 공연과 음반 참여. 주머니는 넉넉해졌다. 그러나 마음 한 구석은 늘 허전했다. 이전부터 변하지 않던 바람. 밴드를 향한 열망 때문이었다.

3년 뒤 기회가 찾아왔다. 다시 부활이었다. 2002년 함께 작업하던 이승철이 합류하며 자연스럽게 드럼을 맡을 수 있었다. 재회한 김태원의 표정은 밝았다. 그가 쓴 편지의 효력이었다.

“고개 숙이고 있던 내 어깨를 두들기며 ‘잘 해보자’고 했다. ‘편지를 집에 잘 보관하고 있다’는 말에 가슴이 울컥했다.”

사실 채제민이 쓴 편지는 하나 더 있었다. 수신자는 이승환. 연유는 비슷했다. 밴드를 탈퇴하며 준 여운이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김태원은 웃으며 말했다.

“밴드 탈퇴 때마다 편지로 사람의 마음을 녹이는데, 아주 상습범이다.”

채제민(왼쪽)이 함께 공연한 김장훈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채제민(왼쪽)이 함께 공연한 김장훈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원본보기 아이콘




이종길 기자 leemean@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하이브-민희진 갈등에도…'컴백' 뉴진스 새 앨범 재킷 공개 6년 만에 솔로 데뷔…(여자)아이들 우기, 앨범 선주문 50만장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국내이슈

  • 때리고 던지고 휘두르고…난민 12명 뉴욕 한복판서 집단 난투극 美대학 ‘친팔 시위’ 격화…네타냐후 “반유대주의 폭동” "죽음이 아니라 자유 위한 것"…전신마비 변호사 페루서 첫 안락사

    #해외이슈

  • [포토] '벌써 여름?' [포토] 정교한 3D 프린팅의 세계 [포토] '그날의 기억'

    #포토PICK

  • 신형 GV70 내달 출시…부분변경 디자인 공개 제네시스, 中서 '고성능 G80 EV 콘셉트카' 세계 최초 공개 "쓰임새는 고객이 정한다" 현대차가 제시하는 미래 상용차 미리보니

    #CAR라이프

  • [뉴스속 인물]하이브에 반기 든 '뉴진스의 엄마' 민희진 [뉴스속 용어]뉴스페이스 신호탄, '초소형 군집위성' [뉴스속 용어]日 정치인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한·중 항의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