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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영의 펀드브리핑]예측할 수 없다는 걸 인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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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영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연구위원

1932년 당시만 해도 구리의 가격은 1.97달러였던 것이 42년 후인 1974년에는 7.26달러로 거의 4배가 올랐다. 구리 가격이 크게 오른 주요 원인은 구리 전화선망이 전세계를 둘러 쌀 정도로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구리 산업을 지배하고 있는 소수의 회사들이 구리 공급을 조절한 것도 주요한 원인이었다.
구리 회사들은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광산과 공장 수를 제한해 공급을 억제함으로써 계속 가격을 올릴 수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구리회사들은 100년 후에도, 그리고 500년 후에도 계속 잘 나갈 것 같이 보였다. 하지만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구리산업에 대한 위협이 몰아쳤고 마침내 아무런 경고도 없이 붕괴되고 말았다.

1970년 로버트 마우러(Robert Maurer)와 도널드 켁(Donald Keck), 피터 슐츠(Peter Schultz)라는 3명의 과학자가 구리선보다 6만5,000배 이상의 정보를 전송할 수 있는 ‘광섬유’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1980년대 이후 광섬유는 통신산업을 혁신했고 3,500만 킬로미터 이상의 통신망이 전세계에 깔렸다. 광섬유의 등장으로 구리선은 사실상 폐물이 되고 말았다. 구리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구리회사는 대부분 파산했고 몇몇 나라의 경우 구리 산업의 인력을 70%까지 줄여야 했다.

이 이야기의 열쇠는 광섬유를 개발한 과학자들이 전혀 다른 산업 출신이라는 사실이다. 이들은 구리산업은 물론이고 통신산업과도 관련이 없는 보통 유리 제품을 생산하는 ‘코닝 글래스(Corning Glass)’라는 회사에서 일하던 사람들이다. 이처럼 ‘파괴적인 변화’는 이전에는 절대 상상할 수 없었던 전혀 다른 곳에서부터 언제든지 올 수 있다.
연초부터 본격적인 경기회복 및 기업실적 기대감 등으로 우상향 하던 주식시장이 갑작스런 중국 금융당국의 긴축 움직임과 미국 금융규제의 여파로 근래 요동치고 있다. 조금이나마 기지개를 펴던 펀드 투심(投心)마저도 이러한 영향으로 다시 급격히 움추러들었다는 게 증권사 일선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시장 분위기가 이렇게 변할 줄 누가 알 수 있었을까? 연초부터 주가지수를 끌어올리던 외국인의 매수를 보면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시장은 외국인들이 국내시장을 다르게 보기 시작했다고 들썩거렸다. 하지만 길게 보면 미국이나 중국 정부의 일련의 정책들이 장기적으로 시장위험이나 불안요소를 제거하는 것일 수 있다. 이처럼 주식시장은 언제 어떻게 변할 줄 아무도 알 수 없는 곳이다.

통계학, 인지심리학, 의사결정학이라는 각각 다른 분야에서 활동을 해온 3인의 저자가 방대한 실험과 통계자료를 활용해 쓴 <지하철과 코코넛>이란 책은 ‘통제감 착각(illusion of control)’의 헛점에 대해 다루고 있다. 통제감 착각이란 불확실성을 예측 가능한 상황처럼 다루려는 사람들의 경향을 가리킨다. 저자들은 우리 자신이 통제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받아들일 때 비로소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더 많은 통제력을 갖게 된다고 강조한다. 연초이다 보니 시장 예측에 기반한 다양한 투자 방법들이 투자자를 혼동스럽게 하고 있는 것 같다. 이 같은 전문가들의 시장 예측이 오락이나 위안이 될 지는 모르겠지만 투자자의 자산관리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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