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지 출몰해 주민 불안 가중
온난화로 겨울잠 늦게 들고 짧게 자
일본 홋카이도에서 도심지에서 곰이 자꾸 출현하면서 당국이 골머리를 앓고있다. 이미 곰들이 동면에 들어가야 하는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동면에 실패한 곰들이 산에서 내려와 시가지에 자주 출몰하며 주민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로 기온이 올라가면서 곰들이 늦게 동면을 시작하거나, 일찍 깨어나면서 이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18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홋카이도 남부 무로란시에서는 올해 시내에서 곰을 목격한 건수가 10건으로 전년 6건 대비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앞서 시내에서 곰을 목격한 건수는 2021년 1건에 불과했다.
특히 동면에 실패한 곰들이 자꾸 도심지로 내려오면서 무로란시 당국은 무인기(드론)를 이용해 곰을 추적하고, 지역 엽사들이 곰을 포획하고 사살하는 야외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시내 곰 출몰은 무로란시 뿐만 아니라 홋카이도 전역에서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지난 4일에는 중부 아시베쓰시 목재 창고에 곰이 들어가는 소동이 있었다. 당시 경찰과 아시베쓰시 당국은 곰의 습격을 우려해 주민들에게 외출 자제령을 내리기도 했다. 당국은 최대한 곰을 포획하려 했으나, 흥분한 곰이 엽사에게 달려들어 결국 소총을 발포해 사살했다.
삿포로시도 주택가 곰 출몰이 급증하면서 대책 마련에 나선 상황이다. 삿포로시는 지난 6일 드론으로 곰 실태 조사에 나섰다. 삿포로시의 경우 현재 등하교 시간에 곰 피해를 막기 위해 교직원들이 아이들 하굣길을 주시하고, 아이들은 곰을 쫓아내기 위해 종을 들고 다니는 상황이다.
시가지로 내려온 곰이 주민을 습격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홋카이도 앗케시정에서 개 산책을 하던 여성이 곰에게 습격당해 머리와 다리를 물려 크게 다치기도 했다.
이에 홋카이도청은 곰이 출몰하는 지역을 하나하나 표시한 '곰 해저드 맵'을 만들어 주민들에게 공유하고 있다. 녹색은 곰이 사는 지역으로, 출몰 위험도를 5단계로 나눠 표시했다. 삿포로시는 산에 시가지가 둘러싸인 미나미구 등이 있어 곰 출몰 위험도가 높은 곳으로 분류됐다.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온 상승이 곰 출몰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겨울잠에 늦게 들거나, 자더라도 깨는 시기가 빨라져 겨울에도 활동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시모즈루 미치토 홋카이도대학 수의학연구원 교수는 "해외에서는 겨울 바깥 기온이 높을수록 겨울잠을 자는 기간이 짧아진다고 알려져 있다"며 "12월 중 곰이 겨울잠을 자는 것이 보통이지만, 시작이 느린 개체도 일정 수 존재할 것이라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곰 출몰 횟수가 부쩍 늘어난 삿포로의 경우 올해 11월 평균이 6.7도로 평년 대비 1.5도 높다. TV아사히는 "미국에서는 겨울 최저기온이 1도 상승할 때마다 곰의 겨울잠 기간이 6일 단축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며 "홋카이도도 겨울에 산에 들어갈 경우 겨울잠에서 깬 곰과 마주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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