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전관·기득권 없는 ‘법률AI’는 ‘인간 변호사’ 위협할까

뉴스듣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국내 최초 법률 인공지능(AI)개발한 인텔리콘 연구소 임영익 대표 인터뷰
“법률AI… 변호사 실력향상 돕는 도구될 것”

과거 교육 인공지능(AI) 사업에 뛰어들었다 안티 AI 가 됐다는 임영익 인텔리콘 대표(50)는 딥러닝의 등장과 함께 인공지능의 혁명을 감지하고 법률 AI 개발에 나섰다고 설명한다. 사진 = 윤진근 PD

과거 교육 인공지능(AI) 사업에 뛰어들었다 안티 AI 가 됐다는 임영익 인텔리콘 대표(50)는 딥러닝의 등장과 함께 인공지능의 혁명을 감지하고 법률 AI 개발에 나섰다고 설명한다. 사진 = 윤진근 PD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20년 전, 교육 인공지능(AI) 사업이 망한 뒤 저는 안티 AI 주의자였습니다. 그런데 2005년 미국에서 딥러닝을 접한 순간, 혁명의 물결에 동참하기로 다짐했죠. 그리고 선택한 최적의 분야가 법률이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인 이때, 법률 상담에 목마른 사람들이 찾는 무료 법률 자문 사이트가 화제가 됐다. '법률메카'를 개발한 인텔리콘연구소 임영익 대표(50ㆍ사법연수원 41기)는 "법률상담에 대한 갈증이 실시간 상담 플랫폼을 통해 해소되면서 법률 AI에 대한 인식이 환기되는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법률 AI 추론 엔진을 기반으로 검색 서비스(유렉스), 질의응답 플랫폼(법률메카), 계약서 분석(알파로)을 잇따라 개발한 임 대표는 그간 국내 리걸테크(Legal Tech) 발전의 위협요소로 저항감을 지적한 바 있다. "우리나라 변호사들은 정보통신기술(ICT)과 법률의 결합에 심리적 저항감이 심했다. 미국도 도입 당시엔 저항이 만만찮았다. 기술발전에 따른 필연적 현상인데, 그렇다면 왜 법률에만 기술이 들어오면 안 되냐는 질문을 역으로 던지고 싶다"는 임 대표는 "리걸테크 도입은 역으로 변호사의 효율성은 높이고 가격은 낮춰 수준 높은 법률 서비스 제공을 도울 것이다. 코로나19로 언택트 환경은 이에 대한 변호사와 사용자의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법률 검색 서비스 '유렉스'는 법률용어가 아닌 자연어로 검색해도 관련 법령과 판례를 추천해준다.

법률 검색 서비스 '유렉스'는 법률용어가 아닌 자연어로 검색해도 관련 법령과 판례를 추천해준다.

원본보기 아이콘

법률 AI는 변호사를 돕는 도구에 불과


그가 개발한 법률 AI '알파로'는 지난해 인간 변호사와의 대결에서 압승을 거뒀다. 이에 인간 변호사의 전문성, 나아가서는 인간의 존엄성을 AI가 위협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임 대표는 "대회 결과는 알파로가 우수해서가 아니라 분석 시간이 짧았기 때문이란 총평이 있었다"며 "일종의 튜링테스트였다고 본다. 현재의 기술은 인간의 지식을 돕는 수준이지 존엄성을 훼손하는 기술은 먼 미래이야기"라고 평가했다.

2016년 대한변호사협회는 리걸테크 사이트 4곳을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 이후 법률 AI 역시 인간 변호사의 영역을 침해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를 두고 임 대표는 "고발 사건은 플랫폼을 통해 변호사를 소개하고 수수료 받는 행위에 대한 건으로 무혐의가 났다"며 "법률 AI는 별개 문제로 봐야 한다. 미국의 경우도 초기엔 반발이 심했지만 지금은 적극 지지 하는 환경이 됐고, 결과적으론 전관이나 기득권에 대항해 젊은 변호사들의 실력을 향상시키는 도구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임 대표는 법률 AI 발전의 핵심 기술로 '자연어 처리기술'을 꼽는다. 인텔리콘연구소는 세계법률인공지능경진대회에서 2016년, 2017년 2년 연속 우승 경력을 통해 기술력을 입증했다. 하지만 현재 국내 법률 데이터로는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임 대표는 말한다.


그는 "현재 대법원은 1심 판결문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딥러닝 학습 DB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다"며 "3~4년 전만 해도 우리와 비슷한 수준이었던 중국은 법률 데이터가 대량 공개되면서 딥러닝을 통해 리걸테크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라갔다. 데이터 3법 개정을 통해 가명 정보 유통은 자유롭겠지만 대법원의 판결문 공개가 없다면 국내 기술 발전은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다."고 밝혔다.


법률 AI 추론 엔진을 기반으로 한 검색 서비스 '유렉스'를 시연하는 임영익 대표. 사진 = 윤진근 PD

법률 AI 추론 엔진을 기반으로 한 검색 서비스 '유렉스'를 시연하는 임영익 대표. 사진 = 윤진근 PD

원본보기 아이콘

전산법률 붐 통해 리걸테크 활성화 희망


임 대표는 법학 전공자가 아니다. 서울대에서 생명공학 전공 후 미국으로 건너가 퍼듀대에서 수리심리학과, 뇌과학을 공부했다. 유학 전 국내에서 교육 AI 사업을 시도했다 실패를 맛본 그는 미국에서 정보기술 산업의 약진과 함께 딥러닝의 탄생을 지켜봤다. "2005년 유튜브가 구글에 인수되고 딥러닝 기술이 발표되며 새로운 세상, 혁명이 도래했음을 느꼈다"는 그는 "규칙과 논리로 진행되는 법률이 AI에 최적이겠다고 생각해 귀국 후 본격적인 개발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법학을 모르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사법시험에 도전한 그는 합격 후 연수원 시절 인텔리콘연구소를 설립해 낮에는 법학공부, 밤에는 AI개발에 몰두해 오늘에 이르렀다.


딥러닝 이전의 AI에 대한 불신이 컸던 그는 스스로를 '안티 AI'였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딥러닝을 접한 뒤 이를 도입한 법률 AI 개발에 뛰어들면서 인생이 바뀌었다고 말한다. 그는 "딥러닝 이전의 AI는 자동화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다르다"며 "국내 리걸테크 산업은 초기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갖고 있는 노하우를 공유해 법률 지능 아카데미나 로스쿨 학술대회를 통해 전산법률 붐을 일으키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리걸테크가 활성화될수록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매출이 생기고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생태계가 조성될 것이라는 게 그의 전망이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6년 만에 솔로 데뷔…(여자)아이들 우기, 앨범 선주문 50만장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강릉 해안도로에 정체모를 빨간색 외제차…"여기서 사진 찍으라고?"

    #국내이슈

  • 美대학 ‘친팔 시위’ 격화…네타냐후 “반유대주의 폭동” "죽음이 아니라 자유 위한 것"…전신마비 변호사 페루서 첫 안락사 "푸바오 잘 지내요" 영상 또 공개…공식 데뷔 빨라지나

    #해외이슈

  • [포토] 정교한 3D 프린팅의 세계 [포토] '그날의 기억' [이미지 다이어리] 그곳에 목련이 필 줄 알았다.

    #포토PICK

  • 신형 GV70 내달 출시…부분변경 디자인 공개 제네시스, 中서 '고성능 G80 EV 콘셉트카' 세계 최초 공개 "쓰임새는 고객이 정한다" 현대차가 제시하는 미래 상용차 미리보니

    #CAR라이프

  • [뉴스속 인물]하이브에 반기 든 '뉴진스의 엄마' 민희진 [뉴스속 용어]뉴스페이스 신호탄, '초소형 군집위성' [뉴스속 용어]日 정치인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한·중 항의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