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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천자]조원재 작가의 ‘삶은 예술로 빛난다’<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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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예술가들의 산책에는 명백한 공통점 한 가지가 있다. 산책이 예술의 정신적 재료가 됐다는 점이다. 만약 그들의 일상에 산책이 없었다면, 과연 그들의 예술은 어땠을까? 과연 원하는 과정의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었을까? 매일의 일상 중 별일 아닌 것처럼 숱하게 이뤄진 산책. 그 행위에서 그들은 작품을 위한 건강한 영향과 영감을 얻고, 매일매일 새로운 존재가 된다. 조원재 작가는 “산책자가 원한다면, 꿈꾼다면, 희망한다면 산책을 통해 얻은 새로운 감각, 새로운 생각, 새로운 깨달음, 새로운 느낌, 새로운 영감을 바탕으로 세상을 향해 무언가를 만들어 던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글자 수 978자.
[하루천자]조원재 작가의 ‘삶은 예술로 빛난다’<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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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은 그 자체만으로 기쁨을 준다. 몸이 집에서 밖으로 나가는 것. 그것은 닫힌 공간을 벗어나 열린 세계와 만나는 일이다. 집 안에서는 집에 있는 공간만큼만 감각하지만, 산책을 하러 밖으로 나가는 순간 내 감각은 하늘을 뚫고 우주까지 열린 거대한 공간을 감각하며 산뜻하게 깨어난다. 그렇게 열린 공간을 걷다 보면 문득 나라는 작은 존재가 거대한 세계와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이 체감된다.


산책의 묘미는 걷는 데 있다. 잠깐 걷는 것을 산책이라 하기엔 조금 아쉽다. 한 시간 정도는 걸어야 충분하다는 느낌이 들고 산책한 맛이 난다. 한 시간을 걷는다는 것은 약 5㎞ 내외를 걷는다는 의미다. 이렇게 산책을 하면 알게 된다. 산책을 시작할 때 나의 몸이 꽤 차가운 상태였다는 것을. 몸에 혈액이 원활히 돌지 않아 기계로 치면 가동 중지 상태였다고 해야 할까? 그런데 산책하다 보면 몸 전체에 조금씩 온기가 퍼짐을 느낄 수 있다. 부지불식간에 손가락 끝이 발갛게 부어오른다. 혈액이 돌기 시작한 것이다. 멈춰 있던 기운이 점점 생기를 더하며 나도 모르는 사이 손끝 발끝이 더운 열기로 부들부들해진다. 몸 전체에 신선한 혈액이, 기운이 한바탕 기분 좋게 돈 것이다. 한 시간가량 걷는다는 단순한 행위, 산책이 선사하는 ‘내 몸의 변화’를 산책자는 감사히 체감한다. 내 몸이 살아 있다는 그 체험을.

(중략)

우리가 사랑하는 반 고흐의 수많은 풍경화. 그것은 일상에서 숱하게 반복된 산책 없이는 탄생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가 산책을 즐기지 않았다면, 어떻게 대지 너머 미끄러져 들어가는 태양의 산란을 음미할 수 있었겠는가? 어떻게 그것이 누런 밀밭과 한데 어우러져 황금빛 축제를 여는지 알 수 있었겠는가? 그가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산책을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초록 불덩이가 되어 활활 타오르는 사이프러스 나무를 발견할 수 있었겠는가? 그가 도처에 널린 온갖 미물에 무관심했다면, 싱그러운 잡풀에 취해 날개마저 초록빛으로 물든 나비를 그릴 수 있었겠는가?


-조원재, <삶은 예술로 빛난다>, 다산초당, 1만8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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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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