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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공매도 '욕' 먹을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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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를 둘러싼 끊임없는 갈등
금감원장, 의혹·불신 해소 첫 걸음
사회적 해법으로 누군가는 소통해야

"욕먹어도 해야 합니다."


최근 금융감독원에서 만난 이복현 원장에게 기자가 공매도 토론회를 또 할지 묻자, 그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해야 한다고 했다. 투자자들의 불신이 해소될 때까지. 사실 기자는 말이 많았던 토론회였기에 그가 부담을 느낄 것으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는 '욕먹더라도'라는 개인 투자자와 소통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전했다.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가 주관한 ‘개인투자자와 함께하는 열린 토론’ 행사가 3월13일 서울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에서 열렸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토론회에서는 공매도 전산화 구축 등 공매도 이슈와 한국 증시에 대한 다양한 주제에 대한 의견들이 오갔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가 주관한 ‘개인투자자와 함께하는 열린 토론’ 행사가 3월13일 서울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에서 열렸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토론회에서는 공매도 전산화 구축 등 공매도 이슈와 한국 증시에 대한 다양한 주제에 대한 의견들이 오갔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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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원장은 지난달 13일 서울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 콘퍼런스센터에서 '개인 투자자와 함께하는 열린 토론회'를 열고 공매도와 관련해 의견을 경청했다. 논란이 따라붙었다. 공매도가 제도의 영역인 만큼 토론회를 왜 금융위원회가 아닌 금감원이 주최하는 것부터 논란이었다. 시민단체 대표로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가 참석하는 것은 개인 투자자들을 대변한다는 취지에서 이해가 됐다. 하지만 '배터리 아저씨' 박순혁 작가를 부른 것에 대해선 말이 많았다. 그간 금감원장을 저격(?)했는데, 이복현 원장이 굳이 그의 손에 마이크를 쥐여주면서까지 마주 앉을 필요가 있냐는 시선이었다. 금융당국과 유관기관이 자칫 주야장천 공매도에 불만을 제기하는 이들에게 휘둘리는 모양새로 비춰질 것을 우려했다.


자본 시장 전문가 대다수는 공매도의 순기능을 고려하면 한시적 금지 조치를 총선용 포퓰리즘으로 비난한다. 기자도 기사와 칼럼 등으로 비난의 목소리를 냈다. 공매도의 순기능에 주목하면서 글로벌 자본 시장과 역행하는 이 같은 조치가 한국 시장의 선진화를 더디게 한다고 판단해서다.


최근 미국 시장에서 밈주식(Meme) 광풍이 불면서 기자의 뇌리를 스친 것은 단 하나의 생각이었다. 밈종목이 많아지는 것은 결코 주식시장에 좋은 일이 아니다. 이는 이성적으로 투자하지 않는다는 것을 방증해서다. 시장에 '이성'이 없다면 거품이 생기고 일확천금을 노리는 투기만 가득해질 뿐이다. 그런데 한국 시장엔 이 같은 버블을 막을 수 있는 순기능을 하는 공매도가 (한시적으로) 금지됐으니, 큰일이라고. 정치 테마주 급등 현상이 공매도 제한 조치와 맞물려 유난히 극성인 게 사실이지 않은가.

그래서 공매도 토론회를 지속하려는 그의 속내가 궁금했다. 그가 힘을 실은 단어는 소통과 신뢰다.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너무 낮아 공매도에 불만이 많기에 소통을 통한 (공매도 제도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 회복이 우선이라고 했다.


최근 몇 년간 이렇게까지 공매도가 논란의 대상이 된 적은 없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개인투자자 비율이 급증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우리나라 시장은 유독, 세계에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개인의 주식투자 참여 비율이 높다. 이들은 공매도, 불법 공매도 기승으로 손해를 본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 원장 역시 개인투자자 비율이 높다는 점을 토론회를 지속해야 하는 이유로 결부 짓기도 했다.


개인이 왜 공매도에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는지 누군가는 들어야 하고,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그들의 질문에 답을 해야 한다. 공매도 제도 개선안과 불법 공매도 근절 노력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토론회 주체가 무엇이 중요하랴. 욕먹을 용기를 갖고 실행하는 리더십이 있다는 게 중요하다. 갈등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는 '사회적 해법'이 중요하다. 그 해법의 첫걸음은 소통이다.


투자자들의 불신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공매도 제도 개선안은 반쪽짜리가 될 수밖에 없다. 앞서 한국거래소가 열었던 두 번의 토론에서 나아가지 못한 채, 앞선 토론의 반복이었지만 이렇게 수고스러움을 감내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 있다. 오해와 의혹을 해소하는 사회적 해법으로 풀어나가야, 그래야 무탈하게 공매도를 전면 재개할 수 있을 테니.





이선애 증권자본시장부장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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