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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트렌드]나이 들어 내가 살고 싶은 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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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공간에 대한 바램

[시니어트렌드]나이 들어 내가 살고 싶은 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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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란 가장 주요한 재산이면서, 물리적 장소이다. 내가 쉴 수 있는 안식처이면서, 머무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구성된 공간이라 주인을 닮는다. 시니어 세대는 나이가 들수록 집을 줄이는 방향으로 움직였었다. 애들은 자라서 나가니 헛헛한 느낌이 들고, 큰 집은 청소하기도 어렵거니와 고정된 생활비를 줄이기엔 작은 집이 낫다. 살아갈 날도 얼마 남지 않았기에 익숙한 대로 두고, 집을 대대적으로 바꾸는 것도 별로 하지 않았다. 자연인만큼은 아니더라도 자연을 가까이하고 싶어하여 산과 공원에 다니거나, 여행을 하느라 집을 비워두는 시간도 있으니 그럴 만했다.


요즘 시니어들은 달라지고 있다. 충분한, 그리고 개성 있는 공간을 원한다. 어린 시절, 여러 가족 구성원들과 복닥거리며 자기 방은 꿈도 못 꾸며 살았기 때문이다. 청년 시절엔 독립했더라도 기숙사방, 고시원, 원룸 같은 규격화된 공간에서 분초를 살며 잠만 자는 경우가 많았다. 내 집을 마련할 수 있을 만한 때에도, 아이가 우선이었고, ‘미래 가격’이 중요했다. 이제는 장수가 예정된 터라, 퇴직 후 ‘자신만의 공간’을 갖길 희망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순리다.

미국에서 먼저 시작됐다. 미국부동산협회에 따르면, 신축이나 집수리 수요는 50대 이상에서 활발하다. 미국 시니어 세대는 더 크고, 더 고급스러운 집을 원하며 자신들의 골든타임을 즐기려고 한다. 이전엔 퇴직 후 편안한 소파에 누워 TV를 보다가 까무룩 잠이 드는 일상을 그렸다면, 지금은 시니어별로 취미활동과 라이프스타일이 다양하다. 그리고 퇴직한 나이더라도 최소 2세대가 같이 살게 됐다. 캥거루족 자녀나 손주를 부양하면서 실제로 공간이 필요해졌다. 옛 시니어보다 현재 시니어들은 모아놓은 돈이 있는 편이고, 부동산 시장의 주택 관련 이자율도 낮아서 뒷받침됐다. 코로나를 통해 여행을 즐기거나 외부 활동을 제약받는 시기를 거치면서 집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스스로 뭘 불편해하고 안락해하는지 알게 됐다. 시니어들이 길게 집에 머물면서 취미생활을 즐길 수 있고, 사랑하는 이들과 모임을 할 수 있고, 다세대가 함께 사는 필요가 생긴 것이다.


얼마 전, KBS 시니어토크쇼 ‘황금연못’에 72세 아내와 80세 남편이 출연했다. 아내는 관리사무소가 있는 편리한 아파트에 살아보고 싶다 하고, 남편은 평생 살아온 주택에서 눈을 감고 싶다 했다. 각자의 죽기 전 소원이라는데, 알고 보니 남편은 세계 각국의 병따개만 모아놓은 방, 책만 모은 방 등 취미방이 5개가 넘었다. 결국 취미방을 하나 정리하고 비워, 아내만을 위한 방을 따로 만드는 것으로 사건(?)은 봉합됐다. 퇴직 후 여유로워진 시간을 활용해 그림 그리기, 정원 가꾸기, 요가 등 다채로운 활동을 즐기며 보람을 느끼는데, 내 취향과 성향이 담긴 집 혹은 담을 수 있는 공간을 꿈꾸는 것이다.


증거는 또 있다. 지난달, ‘코리아빌드’라는 건축/인테리어/건설 유관 산업 분야 박람회가 킨텍스에서 열렸다. 공간 디자인부터 모듈러 주택, 안전, 건물유지 관리 등 건축과 관련 산업 트렌드를 볼 수 있는 곳이다. 야외 테라스, 농막, 원두막, 전원주택 설계 및 시공, 정원, 나만의 집짓기와 각종 집수리 용품부터 미니 사우나, 벽난로, 안마기기와 반려동물용품까지 전시된 공간이 시니어들로 북적였다. 어린아이가 있는 가족 단위나 건축 관련 업체들에서 조사차 나온 업무 보는 사람들을 제외하곤 전부 시니어 세대였다.

여기저기 둘러보며 적극적으로 상담을 받거나 가격을 묻고, 지갑을 열고 있었다. 가장 인기 있는 것을 꼽자면, 모듈러 주택과 텃밭 가꾸기 용품들이었다. 모듈러 주택은 바퀴가 달려 차 뒤에 연결하기 쉬워 운반형 형태부터 3평가량의 캡슐 형태까지 있었고, 가격대도 1000만원부터 5000만원대까지인데 브로셔가 동날 지경이었다. 흙을 활용한 집이나 편백나무 자재, 고추나 깨를 손질할 때 요긴한 전용 가위, 물을 뿌릴 때 편리한 호스 손잡이는 부스를 지나칠 때마다 구입 중인 시니어가 있었다.


가구 부스도 붐비고 흥미로웠다. 맞춤형 인테리어 상담을 해줬는데, ‘나만의 취향이 담긴 공간으로 꾸며주겠다’며, 3D 기술로 가구를 새로 넣고 공사 후 변화한 집을 미리 볼 수 있었다. 전원주택이나 별장을 짓는 것이 아니라면, 현재 살고 있는 집에 대한 수리를 원하는 시니어들이 힘을 기울이는 곳이 욕실과 수납이라고 들었다. 이곳도 부엌 외에 욕실과 붙박이 가구에 집중하고 있었다. 값비싼 나무나 대리석 같은 천연 소재가 아니라 이를 재현한 기술이 담긴 자재를 전시하고, 내가 좋아하는 색감과 건강, 기능적인 부분까지 고려해서 ‘당신만을 위한 조합을 완성시켜주겠다’며 유혹했다.


이외에도 50대 선배가 집들이에서 자랑하던 금고 업체도 만날 수 있었고, 벽면을 꾸밀 수 있는 그림이나 화사한 조명도 있었다. 난로나 화덕도 여러 종류가 전시됐다. 나만의 홈바를 만든다거나 암막을 쳐서 숙면할 수 있도록 하는 커튼이나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할 수 있는 큰 식탁도 눈길을 끌었다. 점점 안전이 중요해지니 관련 업체들도 여럿 있었다.


가장 큰 장벽은 예산(돈)이겠지만, 나다운 집을 꾸미려는 시니어들의 로망은 이어질 것 같다.


이보람 써드에이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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